본문 바로가기

역사

역사 커뮤니티 | 세계 역사, 고대 역사, 역사 토론 및 정보 공유

조회 수 443 추천 수 0 댓글 0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25EB25B6258125ED2595259C25EA25B525B025EC2595258425EC25B925A825EC258B259D25EC258225AC.jpg 탈북자 출신 기자의 남북한 짬밥 비교.jpg

b829e588731a18c697a3534d198e32bc.jpg 탈북자 출신 기자의 남북한 짬밥 비교.jpg

 

[주성하의 서울살이] 한국군과 북한군을 비교해보니

 

주성하∙ 탈북자, 동아일보 기자

 

2010-12-24

(13년전 기사, 디지털 전투복 보급이 막 시작되던 시기로, 개구리 전투복이 아직 대부분인 시점임을 감안하고 읽어야 함.)

 

 

사랑하는 북녘 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요즘처럼 남북 군사적 긴장상태가 고조되면 가장 고생하는 것이 군인들이죠. 북쪽 군인 중에서도 라디오로 남쪽 방송 듣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알고 있는데 오늘은 한국군의 생활을 말씀드릴까 합니다.

 

사실 여기보다 더 추운 북쪽에서 근무 서느라 떠는 군인들을 생각하면 안쓰럽습니다. 저도 겨울 근무 서봐서 아는데 사실 옷을 따뜻하게 입는 것보다 배가 든든한 게 훨씬 더 중요합니다. 저도 배고픈 고생 정말 많이 했는데 사람이 배가 고프면 머릿속에 온통 먹는 생각만 떠오르죠. 어느 사택에 가서 농태기와 안주를 사서 먹으면 정말 명절이 따로 없겠건만 돈은 없고, 외상도 당기기 힘들면 정말 괴롭죠. 제가 여기 국군 생활을 말씀드리면 배고픈 와중에 더 배고파져서 견디기 힘들지도 모를 테니 양해해 주십시오.

 

여기 군대는 이밥에 기름진 국은 당연하고, 매끼 고기반찬, 남새반찬, 김치가 풍족하게 배식됩니다. 닭튀김이나 오리불고기 같은 인기 반찬인 경우 좀 더 먹고 싶어 하는 병사들이 있기는 하지만, 그 나머지는 이밥조차 그냥 돼지먹이로 막 버려지니 너무 아깝습니다. 배부르다고 밥을 남기니 육군참모총장이 최근엔 음식물 다 먹기 운동을 하라고 지시했습니다. 한 달 동안 음식을 매일 1인당 60그램 이하로 남기는 부대에는 일인당 구이용 돼지고기 300그램씩 상도 준답니다.

 

국군의 평일 식사는 인민군 명절 급식보다 훨씬 좋습니다. 인민군대가 제일 잘 먹는 날이 설날이나, 2.16, 4.15, 4.25 같은 때인데, 아무리 명절이라도 병사가 고기로 배를 채우는 일은 절대 없죠. 어쩌다 중대에서 돼지 한 마리 잡아도 대대 군관들부터 내려와 줄줄이 빼돌리니 병사들은 돼지가 장화신고 건너간 기름 몇 방울이 뜬 국물이나마 차례지면 황송하죠. 그렇다고 군관들도 잘 먹는 것도 아니고, 그들도 돼지고기 몇 점 뜬 국을 먹는 수준이죠. 이런 명절조차 배부르지 않는 병사들은 또 얼마나 많습니까.

 

여기 국군은 하루 3끼 외에도 간식이 또 엄청 많이 나옵니다. 식사 후에 우유, 찹쌀떡, 아이스크림, 과일주스, 사이다 이런 것들을 나눠줍니다. 여긴 병실을 내무반이라고 하는데 입구에 사과와 귤을 잔뜩 쌓아두고 들어가며 나가며 마음대로 집어 먹습니다. 그리고 1명당 한 달에 물 부어 먹는 라면은 2개, 쌀국수 2개, 건빵 3봉지씩 나옵니다. 대체로 라면은 빨리 없어지지만, 쌀국수나 건빵은 먹는 사람만 먹고 안 먹는 사람은 계속 쌓아둡니다. 어떤 병사는 건빵 먹기 싫어서 사물함이나 차 안에 숨겨두었다가 들켜서 욕먹기도 합니다. 또 생일이면 영화에서 나오는 그런 촛불을 켠 크림 케이크도 받습니다. 완전히 행복에 빠져 사는 거죠.

 

요즘 한국은 쌀이 남아돌아 예전엔 군용 라면과 건빵을 밀가루와 보리로 만들었는데 이제는 쌀로 만듭니다. 여긴 보리 값보다 쌀값이 훨씬 눅습니다. 군용 건빵 안엔 별사탕도 들어있는데 함께 먹어보니 너무 맛있습니다. 일반 시중 과자는 너무 달거나 바삭바삭해서 북쪽에서 벽돌과자에 습관 된 나에겐 잘 맞지 않는데 여기 군용건빵은 단맛도, 딱딱한 정도도 적당하고 해서 돈 주고 사먹는 어느 과자보다 맛있더군요. 군용이라 민간에서 팔지 않는 것이 좀 아쉽습니다.

 

여기 병사들은 월급을 받는데, 입대하자마자 이등병 때는 65딸라 정도 받고 이후 반년에 한번씩 승진할 때마다 월급이 올라가서 제일 높은 상병이 되면 85딸라 정도 받습니다. 사실 2~3천 딸라씩 받는 일반 노동자들 월급과 비교하면 너무 작지만 부대에서 먹고 싶은 것을 사먹기엔 충분합니다. 여긴 각 부대 안에 PX라고 하는 군인전용 상점이 있는데, 여기 가면 라면, 피자, 스파게티, 냉동만두, 닭꼬치 아무튼 자기가 필요한 것은 다 사먹는데 사실 먹는 것보단 담배 사는 데 돈이 더 듭니다.

 

그뿐입니까. 10년 넘게 공식 휴가는 한두 번밖에 못가는 인민군대와는 달리 여기선 고작 2년을 복무하면서 입대 70일 만에 집에 첫 휴가를 보내고, 소소한 휴가는 다 빼고도 반년에 한 번씩 열흘씩이나 집에 보냅니다. 반년마다 열흘씩이요. 인민군 병사가 와 보면 이건 완전히 천국이 따로 없다고 여겨질 것입니다.

 

생활만 다른 것이 아니고 요즘 젊은이들 평균키가 175㎝쯤 된다고 하는데, 부대에 가보면 정말 잘 먹어서 체격들이 운동선수 뺨칩니다. 요즘 북에선 못 먹어서 키 140㎝부터 초모한다는데 국군과 인민군의 아무 부대나 무작위로 뽑아서 줄 세우면 아이와 어른들이 서 있는 것 같을 겁니다. 저는 처음에 여기 군인들이 고생 모르고 자라 그래도 정신력만큼은 북쪽이 우위라고 생각했는데 지내보니, 남남북녀란 말도 있지만, 의외로 남쪽 청년들이 애국심도 강하고 아주 용감하더라고요.

 

누구는 조금 남쪽에서 태어났다고 해서 건빵 몰래 갔다 버리면서 군 생활하고, 누구는 조금 북쪽에서 태어난 죄로 늘 굶주림과 싸워야 하니 이 얼마나 불공평한 현실입니까. 지금 인민군 병사들의 할아버지 때부터 배고픔과 싸워가면서 조국이라고 지켰는데, 아들 대에는 키가 한 뽐이나 줄어들어선 허약과 싸우며 앉으나 서나 먹을 것만 생각하는 더 기막힌 현실이 펼쳐졌습니다.

 

인민군은 지금 외세의 침략을 막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과 가족이 행복해지는 길을 스스로 막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온 나라가 지금보다 몇 배로 더 잘살고 할 말 마음대로 하고 사는 그런 날을 목숨 바쳐 막고 있는 것입니다. 이 방송이 끝난 뒤에 내가 총을 들고 지키는 것이 과연 무엇인지 한번 생각해 보시길 바랍니다.

 

 

주성하 기자

 

함경북도 청진시 근처 동해안 어촌 마을 출신, 평양고사포병사령부 57mm 대공포 부대 근무

 

김일성종합대학 외문학부(영문학 / 학사) 출신 탈북자


역사

역사 커뮤니티 | 세계 역사, 고대 역사, 역사 토론 및 정보 공유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HOT글 이재명이... 61살밖에 안 됐어....? 4 2025.05.15 594 0
HOT글 동양 서양 역사가 겹치는 타임라인 2 file 2025.05.11 614 0
HOT글 이준석, 긴급 기자회견 “나와 이재명 일대일 구도돼야…김문수론 이길 수 없어” 2 2025.05.20 369 0
공지 🚨(뉴비필독) 전체공지 & 포인트안내 4 file 2024.11.04 25893 57
공지 URL만 붙여넣으면 끝! 임베드 기능 2025.01.21 20445 44
13016 민주당 울산시당 선대위 전은수!! file 2025.05.20 412 0
13015 이준석, 긴급 기자회견 “나와 이재명 일대일 구도돼야…김문수론 이길 수 없어” 2 2025.05.20 369 0
13014 204일동안 항해한 핵잠수함 상태 file 2025.05.17 294 0
13013 나치 독일이 초반에 그토록 강력했던 이유 2 file 2025.05.17 302 0
13012 이재명이... 61살밖에 안 됐어....? 4 2025.05.15 594 0
13011 버지니아 공대 총기 난사 사건의 비극, 조승희는 누구인가? 알아보자 file 2025.05.14 737 0
13010 옛날 동화가 우리가 알고 있는 결말과 다른 이유(천사까지..?) file 2025.05.11 560 0
13009 17세기 초 베트남에서 활동한 예수회의 포교 문구는 "서양인의 마음으로 들어오겠습니까?" 였는데 1 2025.05.11 568 0
13008 동양 서양 역사가 겹치는 타임라인 2 file 2025.05.11 614 0
13007 문명7 재밌네..... 1 2025.05.11 582 0
13006 청동기 시대 라는 말만 들으면 반달돌칼 민무늬 토기 자동으로 떠올라서 막 원시부족 우가우가 이런 느낌이 드는데 2 2025.05.11 610 0
13005 이탈리아 기사 서사시 광란의 오를란도 복간 결정! 2 file 2025.05.11 594 1
13004 한덕수 밀어주기 가는것같네 ㅋㅋ 국민의힘 ㅋㅋ풉 2025.05.10 603 0
13003 "대선 후보 한덕수로 교체" 초유의 사태..결국 김문수 갈아치운 국민의힘 2 2025.05.10 645 0
13002 한나 아렌트 악의 급진성으로 보는 한국의 전체주의 교육 2025.05.05 933 0
13001 인간의 두뇌를 뛰어넘는 인공지능🌐 인간이 AI와 함께 살아가는 최고의 방법 file 2025.05.01 544 0
13000 더쿠 회원가입, 2024년/2025년 최신 정보! 언제? 가입 방법, 꿀팁 총정리 (눈팅 vs 가입) 2025.05.01 694 0
12999 피라미드란 존재할까요? 2025.04.24 1278 0
12998 [오늘 이 뉴스] "이러다..?" 대선 변수 급부상.. '3가지 경우의 수' 따져보니 3 file 2025.04.23 1416 0
12997 [인터뷰] 이범준 법학연구소 연구원 "6명 채워서 파면은 확실" / JTBC 뉴스룸 3 file 2025.03.23 393 0
12996 제주 4.3사건 (역사는 반복된다) 2 file 2025.03.23 384 0
12995 280명의 정예군인 부대로 쿠테타 국회 점거 가능할까? 2025.03.22 618 0
12994 국회 실탄 지급 관련 주장은 사실과 다릅니다. 오히려 계엄군에게 실탄이 지급된 정황이 확인되었습니다 2025.03.22 601 0
12993 또 민주주의 추락 진단‥"한국 독재화 진행 중" (2025.03.17/뉴스데스크/MBC) 2 file 2025.03.18 889 0
12992 한국이 민주주의 한다는데 그렇지 않아요 | 김누리 중앙대학교 독어독문학과 교수 [더 피플] file 2025.03.18 927 0
12991 노예로 만들거나 노예가 되거나 (자유와 억압) file 2025.03.16 1170 0
12990 석열의 3년 : 파괴된 정치‥추락한 민주주의 4 file 2025.03.16 889 0
12989 레드불 탄생비화 file 2025.03.08 9840 0
12988 72년 전, 한 남자가 쓴 출사표 file 2025.03.08 9829 0
12987 연좌제가 존재하는 나라 file 2025.03.08 9838 0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434 Next
/ 4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