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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으로 이러 저러한 재미난 역사를 보고 흥미를 느끼는 사람입니다. 전공자도 아니고, 그렇게 깊은 역사적 지식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지만 재미있는 주장을 보고, 최근 펨코에 고조선 관련 글이 올라왔는데 저도 부족하지만 미갤에 처음 글을 써 봅니다.

 

 

 

옛날에 백제 사람들은 왕을 뭐라고 했을까? 현존하는 한국 사서로는 알 길이 통 없지만, 해외기록을 보면 의외로 쉽게 찾을 수 있는 경우도 존재한다.

 

 

왕성(姓)은 부여씨(夫餘氏)로 ‘어라하'(於羅瑕)라 부르며, 백성들은 ‘건길지'(鞬吉支)라고 부르니 이는 중국어로 모두 '왕'이라는 뜻이다. 왕비는 ‘어륙'(於陸)이라 호칭하니, 중국어로 '왕비'라는 뜻이다.

《주서》(周書) 〈이역열전〉(異域列傳) 백제(白濟)

 

중국 사서 <주서> 는 당태종 대에 쓰인 사서이므로, 적어도 당 태종 집권기인 사비 시대에서는 왕을 '어라하' 내지 '건길지'로 불렀을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겠다.

 

 

이 뿐 아니라, 의외로 일본 기록에서도 찾을 수 있다.

 

부여풍.JPG \'기자\' 와 \'왕\' 표현의 연관성

의자왕의 아들인 부여풍의 아들 중 '부여선광'이라는 인물이 있는데, <속일본기>에 의하면

부여선광에게 <쿠다라노코니키시(百濟王)> 라는 호를 부여했다는 기록이 나온다.

 

 

쿠다라오 신사.JPG \'기자\' 와 \'왕\' 표현의 연관성
(현재 일본에 존재하는 쿠다라오(백제왕) 신사.)

 

<쿠다라> 는 당대 일본에서 백제를 일컫는 표현이고,

<코니키시> 는 백제어 <건길지> 를 음차한 표현으로 해석한다면 이해가 쉽다.

 

적어도 <건길지(鞬吉支)> 라는 표현은 당대에 백제사람들은 <왕>에게 붙이는 호칭 중 하나였을 확률이 높아진다.

 

그렇다면 '건길지' 라는 말은 무슨 의미일까?

 

먼저 '건' 이란 표현은 '크다'의 의미였을 확률이 높다. 중고 한어에서도 '건길지' 라는 말은 'kjon kjit tsye' 로 발음하는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에, '근' 내지 '큰' 정도로 읽었을 것이다. (벤틀리 2000 언어학자 재구)

 

'길지' 란 표현은 무엇일까? 아마 '기지' 내지 '기자' 로 읽혔을 것으로 유력한 이 표현은 아마 '임금' 을 표현하는 단어였을 확률이 매우 높다.

 

특히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고구려 장수 '을지문덕' 신라왕 '김알지' 가야 '도설지왕' 등과 같이 고대 한반도어에서

'지'라는 접미사는 존칭 접미사였을 확률도 존재한다.

 

백제 시대에 쓰인 표현 '건길지' 는 '건(큰)+길(긴)+지(존칭)' = '키가 매우 큰 사람' 을 일컬으는 말일지도 모르며,

 

일본어로는 <코니키시>, 아마 중고 한어로 <큰기ᄌᆞ> 즉 '콘기지' 내지 '콘기자' 정도였을것이다.

 

 

 

백제 말고도 재미있게도 고구려에도 재미난 기록이 있다.

 

인제.JPG \'기자\' 와 \'왕\' 표현의 연관성

 

 

강원도 인제 지역을 옛날 고구려에서 '개차정 현' 이라고 이름붙인 기록이 있는데, 재미나게도 이 지역이

 

김부식이 편찬한 삼국사기에서는 '왕(王岐) 현' 으로 표현되어 있다. 즉, 개차=왕으로 본 것이다.

 

아마 중고 한어로 '개차' 의 음운을 재구성해 보면 '그시' 내지 '그사' 정도로 읽을 수 있다.

백제의 '기지' 와 비슷하다.

백제와 고구려가 한 나라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한다면, 음운이 비슷한 것은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의외로 백제와 고구려 멸망 후에도 이 음운에 대한 것으로 보이는 기록이 있다.

 

광주천자문.webp.ren.jpg \'기자\' 와 \'왕\' 표현의 연관성

조선시대 선조대 발간된 것으로 추정되는 '천자문' 이다. 광주 지방에서 발간된 것으로 추정되어 '광주천자문' 으로 명명되는 이 책은

 

당대에 표현되는 우리말과 한자음이 모두 표기되어 언어학 연구에 중요한 자료가 되고 있는데, 이 책에도 'ᄌᆞ' 라는 표현이 보인다.

 

광주천자문2.JPG \'기자\' 와 \'왕\' 표현의 연관성

이 사진에 좌측 하단을 보라. '왕' 이라는 음에 '
ᄌᆞ' 라는 훈을 달았다.

 

조선시대에까지 '임금' 이라는 표현을 '기자' 라고도 했던 것이다.

 

왜 그때까지 기자라는 말을 왕으로 썼는지는 모르지만 어찌되었건 오랜 시간 동안 한국어에서

 

'왕' = '기자' 로 표현되었다고 생각할 수 있겠다.

 

이 외에도 또 재미난 기록이 있다.

 

 

 

이제현.JPG \'기자\' 와 \'왕\' 표현의 연관성
< 고려시대의 문인인 이제현 초상>

 

 

 

<고려사> 에 실린 문인 이제현의 찬에는 이런 글이 있다.

 

 

金寬毅云、道詵見世祖松嶽南第曰、「種穄之田而種麻也。」 穄之與王、方言相類、故太祖因姓王氏。

김관의가 이르되, "도선(道詵)이 세조의 송악 남쪽의 집을 보고 가로되, '기장을 심을 밭에 마를 심었도다' 하였는데 기장은 王과 우리말(方言)에서 서로 (발음이) 비슷하다. 고로 태조께서 이로 말미암아 왕을 성으로 하셨다." 하였다.

 
 

 

고려시대에도 '임금' 을 의미하는 왕을 기자 내지 기장, 비슷한 표현으로 불렀음을 유추할 수 있다.

즉, 지금은 쓰이지 않는 말인 '기자' 는 오랜 시간동안 쓰였던 말인 것이다. 왕을 의미하는 단어로.

 

 

시간을 거슬러 흘러서 고조선 시대로 돌아가 보자.

 

오랜 시간 동안 전해졌던 단군조선-기자조선-위만조선 중 현재 기자조선설은 고고학적 증거도 없고 실존되었음을 알 수 있는 내용이 전혀 없어서 현재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정해지고 있다.

 

그렇다면 왜 뜬금없는 기자가 조선의 왕으로 부임했다는 얘기나 나오는 것일까?

 

아마 옛날부터 한반도계 민족이 왕을 일컫는 표현인 '기자' 와

 

은나라 시대에 실존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인물 '기자' 가 서로 혼동되었던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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