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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새내기 여러분. 대학가서 저처럼 살면 안 됩니다. 진심입니다.
흔한 오해 ①: "약대 나오면 약국밖에 못 간다?"
약대가 치의한보다 밀리는 건 맞습니다.
하지만 진로 선택의 폭만큼은 약대가 더 넓을 수 있어요.
공대처럼 제약회사에 취업해서 연구원으로도 일할 수 있고, 품질관리, 마케팅, 심지어 개발까지 가능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보면 제약회사는 고부가가치 산업입니다.
약이란 게, 잘만 만들면 반도체 못지않은 돈줄입니다.
그래도 현실은 약국
가장 일반적인 루트는 결국 약국입니다.
근무지에 따라 페이가 다르긴 한데, 대도시보다는 오히려 지방이 셉니다.
제가 사는 광역시 기준 실수령액 300 정도면 평균선이에요.
근무 형태에 따라 다르지만 대충 이정도면 ‘기준’이라 보시면 됩니다.
대기업 초봉이 4천이라고 들었는데, 그보다는 조금 적은 편이죠.
중소기업이나 하위직 공무원보다는 많고요.
하지만 약대 들어올 정도 머리면, 수도권 공대 가서 대기업 노려볼 만한 친구들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약국 월급이 좀 아쉽죠.
그래도 취업문은 넓습니다. 학점표 안 봅니다. -_-v
저도 아직 실업자지만, 마음만 먹으면 24시간 내 취업 가능합니다.
다만 봉급이 크게 오르진 않습니다.
호봉 개념 없고, 일이 단순해요.
이 단순함이 좋아서 약대 왔는데, 요즘은 고민이 많습니다.
그럼 개국은?
개국하면 얼마나 벌까? 개인 능력 따라 천차만별입니다.
그냥 차려놓는다고 돈이 굴러들어오진 않습니다.
망하는 약국도 종종 있어요.
하지만 현실적으로 약국 개업해서 월 5~600 벌면 "별로"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그 얘긴 반대로 말하면, 최소 그 정도는 번다는 뜻이죠.
여러분 동네에 수년째 주인장 안 바뀐 조그마한 약국 하나쯤은 있죠?
그분들 대부분 월수입 500~600은 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물론 의사나 치과의사에 비하면 초라할 수 있지만,
월 500 버는 직업이 쉬운 건 아닙니다.
근무 여건은요?
대부분 아침 9시 출근~밤 10시 퇴근입니다.
하지만 개인사업자라면 이 정도는 기본이죠.
잘 되는 약국은 월 순수익 천만원도 가능하다고 들었습니다.
약국도 ‘판매능력’이 중요해서, 약사도 공부 안 하면 안 됩니다.
진짜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도 많아요.
(한 달에 하루 쉰다는, 졸업 2년 만에 개국한 제 동기처럼...)
약국은 포화 아니냐?
맞습니다. 포화예요.
근데 약국만 포화인 줄 아세요?
병원, 한의원, 치과, 변호사, 회계사, 세무사, 변리사 전부 포화입니다.
교대도 포화, 공무원도 포화입니다.
(공무원 시험 경쟁률 100:1...)
대기업 공돌이도 사오정, 오륙도에 신음하죠.
약대 입학정원은 연 1,300명 정도입니다.
의대는 3,000명, 사시 붙는 인원은 1,000명, 공인회계사는 1,500명쯤.
그렇게 따지면 약대도 선방하고 있는 편입니다.
불안하면 다른 진로도 있습니다.
아니면 약대 안 오면 됩니다.
병원 약사
회사원 비슷합니다.
국립대 병원 같은 데는 공기업처럼 취급받기도 해요.
약국보다 월급은 적지만, 호봉제 있어서 연봉 상승폭은 큰 편입니다.
근무시간도 주 40시간, 주 5일제 혜택 누릴 수 있어요.
약국 약사들이 하루 10시간 넘게 일하고 토요일도 일하는 거 생각하면,
병원 약사 쪽은 워라밸이 좋은 편입니다.
다만, 여자 약사 비율이 많고, 남자 약사들은 기피하는 경향도 있어요.
그래도 아직은 들어가기 그리 어렵진 않아요.
(학점 2.18인 저한테도 제의 왔었습니다... 지방대 병원이었지만요.)
제약회사
전 회사에 아예 관심이 없어서 잘 모릅니다.
하지만 최소한 들은 건 알려드릴게요.
"회사 가면 신약 개발하나?" → 아닙니다.
국내 제약사 중에 신약 개발하는 회사 몇 없습니다.
개발은커녕 기존 약 다운그레이드해서 파는 게 대부분입니다.
주요 업무는:
-
QA (품질관리)
-
마케팅
-
약품 개발
-
제형 연구
-
임상 관련 업무 등
마케팅 쪽은 커리어가 더 잘 풀리는 편이라 선호도가 높고,
QA는 병특 가는 사람들이 주로 맡습니다.
(병특은 3년 석사 마치고 가는 루트가 일반적, 학사병특도 있음)
회사로 가고 싶다면 토익, 학점 필수입니다.
대우 괜찮은 외국계 제약사나 국내 메이저 제약사는 경쟁 치열합니다.
(한국X이자에서 7년차 약사, 인센 제외 세전 연봉 5,700 받는 사례도 봤습니다.)
중소제약회사?
듣보잡 회사도 많지만, 성적 안 봅니다.
저 같은 사람도 들어갈 수 있었어요.
(실제로 장학금 주며 데려가겠다는 회사도 있었습니다. 평점 1점대 시절에요..)
다만 의약품 FTA 이후 중소제약사 위기설이 돌고 있죠.
포지티브 정책 도입되면 중소약사들은 많이 힘들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망하면 약국 가면 됩니다.
면허는 남아있잖아요?
그 외 진로
-
7급공무원 특채
-
건강보험공단
-
변리사
-
교수/연구직
-
진짜 극소수는 사시 도전해서 법조인도 됩니다.
(근데 그건 약사 진로라기보단, 개인 성취의 영역이죠.)
마무리
군 복무로 휴학했을 때 "약사는 내 길이 아니다!" 싶어서 재수를 결심했던 적도 있었죠.
근데 그 나이 먹고 다시 대학 입시판에 뛰어들긴...
결국 포기했습니다.
저 같은 막장도 어쨌든 취업은 됩니다.
약대, 진짜 괜찮은 학교 맞습니다.
물론 저처럼 살면 안 되죠.
진로가 아무리 넓어도, 본인이 막장이면 길은 좁아집니다.
근데... 저만큼 망가지기도 쉽진 않아요. ^^;;
1줄 요약
약국 말고도 갈 데 많다.
근데... 공부는 좀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