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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3.23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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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일 양측 총합 배수량만 250만 톤, 양군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주력함을 싹 긁어모은 태평양전쟁의 '정상결전'이자 태평양전쟁의 운명을 결정지었던

인류 역사상 최대규모의 해전, '레이테 만 전투'.

 

당시 일본 연합함대는 그 유명한 야마토급 전함 야마토, 무사시와 나가토급 전함 나가토, 공고급 순양전함 공고와 하루나, 쇼카쿠급 항공모함 즈이카쿠, 쇼호급 경항공모함 즈이호, 치토세급 경항공모함 치토세와 치요다를 비롯해 모가미급 중순양함, 아오바급 중순양함, 묘코급 중순양함 등 중순양함 14척, 후소급 전함 2척, 이세급 항공전함 2척과 나가라급 경순양함 2척, 아가노급 경순양함 2척, 쿠마급 경순양함 1척과 항공순양함 요오도 1척 등 경순양함 6척, 그리고 35척의 구축함과 300여기의 항공기로 구성된, 본토와 남방에서 모두 긁어모은 최후의 전력을 구성했다.

 

반면 미해군 3함대와 7함대는 요크타운급 항공모함 2번함, '빅 E' 엔터프라이즈를 비롯해 에식스급 항공모함 7척(에식스, 인트레피드, 호넷, 프랭클린, 렉싱턴, 와스프, 핸콕)과 인디펜던스급 경항공모함 8척, 카사블랑카급 호위항공모함 16척과 생가몬급 호위항공모함 2척, 콜로라도급 전함 2척(웨스트버지니아, 메릴랜드), 테네시급 전함 2척(테네시, 캘리포니아), 펜실베이니아급 전함 1척(펜실베이니아), 뉴멕시코급 전함 1척(미시시피), 노스캐롤라이나급 전함 1척(워싱턴), 사우스다코타급 전함 3척(사우스다코타, 앨라배마, 매사추세츠), 그리고 신형 고속전함인 아이오와급 고속전함(아이오와, 뉴저지)등 주력함은 물론 23척의 순양함(중순양함+경순양함), 99척의 구축함(구축함+호위구축함), 그리고 1,500여기의 항공기를 동원해 이들과 맞서 싸웠다.

 

레이테 만 해전의 목적은 미군은 장차 있을 필리핀의 탈환을 위해 필리핀의 루손 섬에 상륙하고자 했고, 당연히 일본군은 남방의 필리핀을 절대적으로 사수해야만 했다. 대규모 상륙부대가 원활히 상륙할 수 있는 지점은 레이테 만이 가장 적절했고, 일본군 또한 이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있는 살림, 없는 살림을 모두 끌어다가 미해군을 레이테 만에서 반드시 격멸하고, 미해병대의 상륙을 저지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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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런 거인들간의 대격돌에서 가장 큰 위업을 세운 것은 고작 배수량 2,700톤에 불과한 플레처급 구축함 한 척이었다.

바로 DD-557 존스턴이 그 주인공.

 

레이테 만 해전 당시, 야마토와 나가토 등이 소속된 일본 해군의 주력함대인 구리다 함대를 상대하기로 되어있었던 것은 원래 홀시 제독이 지휘하는 3함대였다. 그러나 홀시 제독은 '미해군의 원수'이자 '연합함대의 엔터프라이즈'였던 항공모함 즈이가쿠가 소속된 오자와 함대를 족치기 위해 전선에서 이탈해버렸고, 그 결과 구리다 함대는 미해군의 상륙지원 함대를 박살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갖게 되었다. (이후 홀시 제독은 즈이가쿠에게 낚여 전선을 이탈해버린 것으로 두고두고 씹히게 된다.)

 

스프레이그 제독이 지휘하던 '태피 3'은 고작해야 구축함 3척과 호위구축함 4척, 호위항공모함 6척으로 이루어진 소규모 함대에 불과했고, 이들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레이테 만에 상륙하는 미 해병대를 항공지원하기 위한 분견대에 불과했다. 그런 상황에서 이들은 야마토와 나가토, 공고와 하루나를 비롯한 27척의 전투함으로 구성된 구리다 함대를 상대해야만 했다. 배수량으로 비교를 하자면, 태피 3의 모든 전투함의 배수량을 다 합쳐봐야 야마토와 겨우 비등비등할까 말까한 수준이었으니, 이대로 구리다 함대가 밀고 들어간다면 태피 3의 호위항공모함들이 위험해질 수 있었고, 그렇다면 레이테 만에 상륙한 미 해병대 또한 항공 지원을 받을 수 없어 상륙 작전에도 큰 차질이 생길 수 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이 항공모함들의 함재기들은 어디까지나 지상지원 임무를 위해 편성되었기 때문에 대함공격을 위한 무장도 탑재하지 않은 상황.

 

존스턴 함의 함장 어니스트 에반스는 이때 결단을 내렸다. 호위항공모함들에게 도주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기 위해, 혼자서 27척의 구리다 함대를 상대로 돌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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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적으로 수십 척의 군함, 그것도 거대한 전함과 중순양함들을 상대로 자그마한 구축함이 정면에서 상대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러나 에반스 함장은 스프레이그 소장의 명령이 떨어지지도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자발적으로 구리다 함대를 향해 돌격한 것이다. 존스턴 함은 군함은폐용 연막탄을 터뜨리며 맹렬하게 구리다 함대를 향해 돌진했고, 이 과정에서 3발이나 전함의 주포에 직격 당했음에도 버텨냈다. 장갑도 얇고 크기도 작은 구축함에게 하필이면 철갑탄을 명중시켜 과관통이 일어나 유효한 타격을 주지 못했던 것이었다.

 

존스턴 함은 전함들의 주포 사각지대까지 기어코 비집고 들어가, 10마일 거리에서 모가미급 중순양 쿠마노를 향해 5인치 함포 5문을 갈겨댔다. 그런데 하늘이 도운 것인지, 존스턴 함이 발사한 포탄이 하필 쿠마노의 함교를 직격했고, 거기에 8마일 거리 이내까지 접근 한 후 발사한 어뢰가 쿠마노의 함수에 직격당해 쿠마노의 함수가 그대로 날아간 것이다. 덕분에 쿠마노는 전열에서 이탈했고, 쿠마노를 따르던 중순양함 스즈야 역시 어뢰에 쫓겨 전열에서 도주했다. 고작 자그마한 구축함 하나가 구리다 함대의 거대한 중순양함 두 척을 몰아낸 것이었다.

 

그러나 두 척의 순양함을 쫓아낸 이후 일본군 전함(야마토, 혹은 공고가 쏜 철갑탄으로 추측)의 포탄에 의해 큰 피해를 입은 존스턴은 엔진과 동력계, 그리고 함포조준용 컴퍼스를 상실했고 에반스 함장또한 손가락 두 개를 잃는 피해를 입었다. 그러나 때마침 해역 일대에 스콜이 내려서 구리다 함대는 존스턴 함을 공격할 수 없었고, 긴급수리를 하는 시간을 벌 수 있었다.

 

물론 존스턴 함만 이 전투에 뛰어든 것은 아니었다. 존스턴 함의 용감한 분투에 힘입은 또 다른 구축함들, 호엘, 히어만, 그리고 호위구축함인 사무엘 B. 로버츠가 존스턴의 뒤를 따라 용감하게 돌격해온 것이다. 세 구축함들이 구리다 함대를 상대로 맞서싸우는 동안, 응급수리를 끝마친 존스턴 함은 후퇴를 결정했으나, 하필이면 구축함들의 돌격으로 호위가 약해진 항공모함들을 향해 구리다 함대의 경순양함과 구축함들이 전진해오고 있었고, 존스턴 함은 방향을 돌려 이들의 앞을 가로막았다. 경순양함과 구축함들은 존스턴 함을 향해 어뢰를 발사했으나 능숙한 조함으로 어뢰를 전부 피해냈다. 물론 함포사격까지 막을 수는 없었기에 존스턴 함은 이들에게 흠씬 두들겨맞고 전투불능에 빠졌다. 그러나 이 잠깐의 시간벌이 덕분에 호위항공모함들이 멀리 도망칠 수 있던 것은 변함이 없었다.

 

 

 

 

 

 

 

 

 

결국 존스턴 함은 격침되었고, 에반스 함장은 가장 마지막으로 함에서 이탈하는 중 실종되었다. 그러나 존스턴 함의 분투 덕분에 태피 3의 항공모함들은 전멸의 위기에서 벗어났다. 비록 호위항공모함 갬비어 베이가 포격에 의해 격침당하는 손실을 겪었고, 칼리닌 베이, 펜쇼 베이같은 다른 함선들도 적잖은 피해를 입게 되었지만 이들의 희생으로 구리다 함대를 격퇴시킬 수 있었다. 레이테 만 해전의 승리를 사실상 결정지은 중요한 순간이었다.

 

*) 물론 태피 3이 철수한 이후에도 구리다 함대는 레이테 만으로 다시 진격했으나, 몇 시간 뒤에 다시금 후퇴해버렸다. 제독 구리다 타케오의 이같은 결정은 이후 '구리다 턴'이라고 불리며 학계의 미스터리가 되었다. 구리다는 이에 대해 '이대로 레이테 만으로 돌입해봤자 작전은 실패할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발언하였고, 구리다 함대의 참모장 고나야기 토미지는 '적 항공모함 전력이 남아있었다고 판단해서 겁먹어서 도망친거다.'라고 주장했다. 한 편 이 당시 구리다 함대 측에서는 자신들이 교전한 상대가 구축함과 호위항모로 이뤄진 소규모 분견대가 아닌, 순양함과 정규항모로 이뤄진 기동함대로 착각했다고. 그만큼 구축함들의 분투가 대단했음을 의미한다.

 

이후 존스턴 함은 심해 6,500m에서 잠들어있던 중, 지난 해(2021년) 수중탐사 전문가인 빅터 베스코보에 의해 발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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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편, 존스턴 함의 뒤를 이어 구리다 함대를 향해 돌진한 세 구축함 또한 존스턴 함 못지 않게 영웅적인 분투를 펼쳤다. 사무엘 B. 로버츠 함은 타카오급 중순양함 초카이와 토네급 중순양함 치쿠마에게 포격과 뇌격을 가해 큰 피해를 입힌 후, 치쿠마에게는 특히 조명탄을 이용해 불까지 싸지르는 엄청난 활약을 보였다. 사무엘 B. 로버츠 함은 순양전함 공고의 14인치 포에 난타당한 후 침몰되었다.

 

히어만 함은 묘코급 중순양함 하구로, 공고급 순양전함 하루나를 향해 뇌격을 가했고, 비록 어뢰는 빗나갔으나 이 어뢰들이 하필이면(!) 야마토를 향해 항진하는 바람에 야마토와 나가토가 급격히 기동함은 물론, 어뢰들을 피하기 위해 아예 전투에서 이탈을 해야만 했다. 하루나 또한 어뢰 회피 기동으로 인해 전투에 제대로 참여할 수 없었으니, 히어만 함은 혼자서 거대 전함 세 척을 전역에서 내쫓은 셈이다.

 

호엘 함은 순양전함 공고의 길을 가로막은 채 뇌격전을 수행하며 분투했으나, 구리다 함대의 집중 포격을 맞고 가장 먼저 침몰했다. 구리다 함대를 향해 돌진한 네 구축함 중, 히어만 함만이 유일하게 생존하였고 이 네 구축함 모두 수많은 표창을 수훈받게 되며 레이테 만 해전의 영웅으로 기려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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