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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세다 대학에 다니던 C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학원에서 강사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곧잘 싫증내는 초등학생들을 상대로 하는 수업에서는 알기 쉽게 풀어 주는 것만으론 부족하다.
웃음을 유도해 수업에 끌어들일 필요가 있었다.
C는 연극 경험이 있어 다행이라 생각했다.
어중간한 농담으론 오히려 놀림감이 되므로 스스로도 지나치다 싶을 정도의 과한 연기가 필요했다.
초등학생을 웃기는 건 어려운 것이다.
황금 연휴 다음 날
C는 늘 그렇듯 코엔지역에서 내려 공원을 통해 학원으로 가고 있었다.
벤치 앞을 지나갈 때 누군가가 지켜보고 있는 느낌이 들어서 돌아보았다.
벤치에 앉아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벤치 아래에 머리카락이 보였다.
엎드려 벤치 아래를 살핀 C는 한 순간 토막 살인인가 싶어 심장이 내려앉을 뻔 하였다.
그 곳에 있었던 건 미용사가 연습할 때 쓰는 마네킹 머리였다.
얼굴은 진흙 투성이였고 머리카락엔 낙엽이 들러붙어 있었다.
마네킹인 걸 알고 안도한 C는 이걸 수업에 이용할 수 없을지 고민했다.
복화술 흉내를 낸다면 학생들에게도 먹힐 것이다.
C의 계산은 훌륭히 적중했다 .
산수를 가르칠 때
"여기 나무가 하나 모자라. 어째서일까 마리짱"
흙과 낙엽을 씻어내고 깨끗해진 마네킹 얼굴에 말을 건 C는 곧바로 머리 성대모사를 했다
"모르겠어. 하나 더해보면 어때?"
"마리짱 그건 반칙이잖아"
대강 이런 느낌이다.
약간 모자란 컨셉의 마네킹 머리을 놀리면 아이들을 그걸 보고 웃는다.
앞으로 3번 정도는 더 써먹을 수 있겠다 싶었던 C는 머리를 집에 가져가기로 했다.
종이 봉투에 넣고 전철 선반 위에 올렸다.
C가 탄 칸은 C 이외엔 아무도 없었다.
전철이 흔들려서 머리를 담은 봉투가 굴러 떨어졌다.
C는 다시금 선반에 머리를 담은 봉투를 올렸다.
다시 마네킹 머리가 떨어졌다.
이번엔 떨어지지 않게끔 머리를 선반 안쪽으로 밀어넣었다.
또 다시 바닥으로 떨어졌다.
세 번째엔 마네킹 머리가 봉투 밖으로 굴러 떨어졌다.
C는 한 순간 원망에 가득 찬 눈으로 C를 올려다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기분이 나빠진 C는 타카다노바바역에서 머리를 선반에 올려둔 채 내렸다.
다음 날
C는 아슬아슬하게 지각을 면했다 .
교실에 들어서자 아이들이 입을 모아 말했다.
"선생님, 마네킹 머리 공원에 버리셨죠?"
그 일이 있은 이래로 C는 공원을 통해 학원에 가는 것을 그만 두었다.
출처 : https://blog.naver.com/hurucin/2227100296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