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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제국의 쇠락은 명약관화했다.

백성들의 분노는 점차 조직화되가고 있었고, 이를 막아야할 중앙의 천자는 외척 아니면 환관에 의해

몸과 마음이 지배당했다.

 

그러나 한 선제 이래 (동중서의 건의로 유학이 학문의 패러다임을 잡았다는 상식은 잘못되었다.)

한제국의 학문적 지배 이념이 된 유학의 주요 이념이 무엇인가?

 

현실에 대한 강렬한 참여의지와 현실의 개혁이 아닌가.

 

후한 말, 제국의 학자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세상을 바꿀 준비를 끝마쳤다.

 

 

1. 제국의 과거

IMG_0013.webp.ren.jpg 망해가는 제국, 그들은 무엇을 생각했나
(채옹 133~192)

 

채옹은 쇠락해가는 제국이 못내 안타까운 사람이었다.

학문은 물론, 그림과 음악 서예와 같은 육예에 모두 능한 그였지만

그 역시도 가슴만큼은 현실을 바꾸고 싶어하는 유학자였다.

 

천재라는 소리를 들었던 그가 생각했던 것은

체제의 회복이었다.

 

우선 아무리 불쾌하더라도 명목적으로나마 강자가 천자를 수호하고

그 강자 밑에서 체제를 다시 예전처럼 돌려놓는 것.

 

그것이 다른 유학자들보다 역사서에 강했던 채옹이 역사에서 발견한 체제 연장의 비법이었다.

체제를 지킬 수 만 있다면 어떤 악독한 이도 상관은 없을터였다.

 

“제국은 과거로 돌아가야 한다.”

 

마침 동탁 역시도 정당하지 못한 자신의 집권을 명사의 기용으로 정당화 시킬 필요가 있었다.

체제를 수호할만한 강자와 집권을 정당화 해줄 명사의 만남은 어쩌면 필연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채옹은 동탁을 제어하지 못했고, 동탁의 폭주가 끝난후 채옹의 죽음과 함께 채옹의 방식이 실패했음이 드러난다.

 

2. 제국의 현재

IMG_0012.webp.ren.jpg 망해가는 제국, 그들은 무엇을 생각했나
(노식 ?~192)

 

“일단 제국을 살려야한다.”

 

노식은 가슴도 뜨겁지만 행동도 뜨거운 사람이었다.

나름 학자로써도 경서에 몇줄 남긴 위업이 있으나 그를 대표하는 것은 장수로의 활약이었다.

 

황건적의 준동은 그가 한나라의 칼이 되도록 요구했고 그는 그 요구를 잘 실천해냈다.

그는 현재의 한나라를 일단 살리는 것을 중요시 여겼다.

 

과거로 돌아가던 미래로 나아가던 지금의 체제가 버티고 있어야 돌아갈 자리가 생길것 아닌가?

 

그러나 한제국의 혼란은 이런 행동파 학자의 작은 바램까지 앗아간다.

그가 살리고자 했던 한나라는 그를 버렸고, 그는 가슴에 품었던 뜻과는 다르게 초라한 노년으로 제국의 멸망을 지켜본다.

 

3. 제국의 미래

 

정현 (127~200)

 

정현은 연의에서나 정사에서나 인격좋은 할아버지로 나온다.

그러나 학자로써의 그는 직감하고 있었다.

 

‘한제국은 이제 끝장났다.’

 

그가 관찰한 미래에 한제국의 자리는 더이상 없었고, 그는 새로운 자리를 차지할 이를 모색했다.

그가 찾아낸 인물은 하북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북쪽으로는 공손찬을 격멸하고 남쪽으로는 조조를 사냥개로 두었던

사세삼공의 명문 원소였다.

 

채옹과는 전혀 다르게, 한나라에게서 가장 많은 것을 받은 이들이 오히려 한나라를 끝장내려고 한 것이다.

 

정현은 한나라가 끝장난다면 다음의 세상은 어떻게 되어야 하는지 생각했다.

그렇기 때문에 그 전까지 유학계를 지배하던 합리적, 논리적 근거를 가지고 미시적인 부분을 통찰하는 것은 의미가 없었다.

 

당장 그에겐 짜잘짜잘한 몇가지보다 엄청난 통찰력을 가지고 단 한번에 세상을 꿰뚫는 직관적인 거시 통찰이 필요했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삼례 (주례, 의례, 예기) 중에서 과거를 얘기하는 예기와 현재를 말하는 의례보다 미래를 말 할 주례를 더욱 중요시 여겼는지도 모른다.

 

“제국은 이미 결단났고 새로운 시대를 열어야 한다.”

 

 

이들은 각자의 방식대로 미래를 준비하고 있었다. 채옹은 제국의 과거를 돌아봤고, 노식은 제국의 현재를 위해 싸웠으며, 정현은 제국의 미래를 직시했다.

 

그러나 역사에서 최종적으로 칼자루를 쥐었던 것은 역설적이게도 저 셋과는 전혀 다른 순욱의 길이었다.

IMG_0014.webp.ren.jpg 망해가는 제국, 그들은 무엇을 생각했나

그는 황제를 지키며 한을 세우는 길을 선택했다. 그러기 위해선 문이 아니라 무가 패도를 지켜야했다. 그런 무를 문이 안정적으로 제어하는 체제

문과 무의 절묘한 결탁과 타협, 이것이 순욱이 발견한 한나라의 연장이었다.

 

그리고 패도를 지킬만한 남자를 발견했을 때, 순욱은 희망을 꿈꿨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그가 황제를 지킬 사람이 아니란것을 깨달았을 때, 그의 꿈과 함께 한제국의 수명도 다했던 것이다.

 

장강 이북에선 이런 학자들이 자신의 논의를 발전시켜나간 반면

장강 이남의 형주에선 형주학파가 태동했다.

형주학파는 유학만 아니라 다양한 방식의 학문들을 받아들였다.

 

물론 장강 이북에서도 책에서 배우는 것보다 사람들과의 교류를 중요시 여겼으나 장강 이남은 그 경향성이 더 심했다.

그것은 아마도 서주대학살로 인해 무수한 명사들이 장강 이북에서 이남으로 탈출한데에서 그 기원을 삼아야 할지 모른다.

IMG_0015.webp.ren.jpg 망해가는 제국, 그들은 무엇을 생각했나

형주학파의 기린아 제갈량은 특이한 친구였다.

그는 하나의 학문도 제대로 파지 않았다. 그는 핵심만 이해하면 나머지는 그대로 버려버렸다.

그러나 그 핵심은 그 하나로 나머지를 꿰뚫을 만한 것이었다.

 

“도가는 웰빙 생활에는 도움이 되겠으나 미친놈이 칼들고 올때 대처하기 힘들고,

법가는 사람들이 따르는 척하겐 할 수 있지만 정작 힘이 약해지면 그대로 제거당한다.”

 

학문에서는 중요한 부분만 읽고 세상을 관찰하던 27살의 와룡은 북방의 순욱이 선택한 조조처럼 자신을 태워줄 구름만을 한없이 기다리고 있었다.

 

과연 어떤 구름이 이 와룡을 태우고 역사에 이름을 남겨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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