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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23 09:20
(혐주의) 이상한 열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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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ynching of Sam Hose - Wikipedia (혐주의)이상한 열매 (혐주의) 이상한 열매

 

1899년 어느 날 앨프리드 크랜포드의 농장에서 일하던 흑인 일용직 노동자 샘 호스는 임금 문제로 주인과 다투게 되었다.

 

다음날 주인은 리볼버를 들었고, 샘 호스는 도끼를 들어 주인을 내리쳤다.

 

샘은 당황하여 도주했으나 곧 살인죄 및 크랜포드의 아내를 성폭행한 혐의로 체포되어 압송되었고, 소식을 듣게 된 백인 군중들은 분노하여 샘을 기차에서 끌어내렸다.

 

시장과 판사가 샘을 당국에 넘길 것을 호소하였으나 소용이 없었고, 2000명의 군중들은 샘을 끌고 크랜포드의 집으로 가두 행진을 시작했다.

그리고 영예로운 백인 공동체의 의식이 시작되었다.

 

린치를 당한 샘 호스(Sam Hose)의 사진 (혐주의)이상한 열매 (혐주의) 이상한 열매

 

군중들은 샘 호스의 몸에서 손가락, 귀, 성기와 얼굴 가죽을 뜯어내고 그의 몸에 기름을 끼얹은 채 불을 지폈다. 이러한 '의식'이 끝나자 이들은 다 탄 샘의 몸을 뜯어 기념품으로 가져갔다. 어느 상점에서는 샘의 손가락을 전시해 팔기까지 했을 정도였다.

 

이후 몇 양심적인 언론인들이 탐정 우리스 레 빈을 고용하여 재조사한 결과, 샘의 행위는 정당방위로 결론내려졌다. 성폭행은 완전한 누명이었으며, 조사에 참여한 모든 이는 보복이 두려워 철저히 익명을 요구하였다.

 

Lynchings: The Murders of Sam Hose and Michael Donald – Foundations… (혐주의) 이상한 열매

 

이러한 집단 린치는 미국 남부 지역에서 하루이틀 있는 일도 아니었다. 이것은 일정한 절차와 의식을 갖춘 '공동체 행사'에 가까웠다. 남녀노소 모두가 즐겁게 '의식'에 참여했는데, 이들은 '검둥이'들의 목을 매달고 포즈를 취한 채 사진을 찍고, 이것을 엽서로 만들어 친지들에게 보냈다. 노예제가 폐지된 지 30년밖에 지나지 않았던 당시, 흑인이 사람이라는 인식조차 희미하던 때였다.

 

1930년에 백인들의 린치로 사망한 ‘흑인’ 토마스 쉽(Thomas Shipp)과 아브람 스미스(Abram Smith). 나무 밑에는 잘 차려입고 모자까지 챙겨 쓴 ‘백인’ 군중들이 의식에 참여하고 있다. (혐주의)이상한 열매 (혐주의) 이상한 열매

1930년 린치로 인해 사망한 토마스 쉽과 아브람 스미스

 

1919년에 백인들의 린치로 사망한 ‘흑인’ 윌리엄 브라운(William Brown)의 사진. 백인들이 기념사진 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혐주의)이상한 열매 (혐주의) 이상한 열매

1919년 린치로 사망한 흑인 윌리엄 브라운과 포즈를 취한 백인들

 

1935년에 백인들의 린치로 사망한 ‘흑인’ 루빈 스테이시(Rubin Stacy) (혐주의)이상한 열매 (혐주의) 이상한 열매

1935년 루빈 스테이시

 

1936년에 백인들의 린치로 사망한 ‘흑인’ 린트 쇼(Lint Shaw) (혐주의)이상한 열매 (혐주의) 이상한 열매

1936년 린트 쇼

 

1920년에 린치를 당한 ‘흑인’ 리그 다니엘(Lige Daniels)의 모습을 엽서에 사용한 모습. 옆서의 앞면 (혐주의)이상한 열매 (혐주의) 이상한 열매

1920년 리그 다니엘의 모습이 담긴 엽서

 

1920년에 린치를 당한 ‘흑인’ 리그 다니엘(Lige Daniels)의 모습을 엽서에 사용한 모습. 옆서의 뒷면 (혐주의)이상한 열매 (혐주의) 이상한 열매

리그 다니엘에 대해 묘사한 엽서

 

그러나 당연히 백인 모두가 이러한 참상을 보며 웃고 즐거워한 것은 아니었다. 1930년의 토마스 쉽과 아브라함 스미스 사건을 보고 충격받은 교사 아벨 미어로폴은 이러한 백인들의 린치 행위를 묘사한 시 한 편을 쓰게 된다. 시의 이름은 '이상한 열매'라 붙여졌다.

 

 

 

 

"... 남부의 나무에는 이상한 열매가 열린다.

잎사귀와 뿌리에는 피가 흥건하고,

남부의 따뜻한 산들바람에 검은 몸뚱이들이 매달린 채 흔들린다.

포플러나무에 매달려 있는 이상한 열매들.

멋진 남부의 전원 풍경,

튀어나온 눈과 찌그러진 입술,

달콤하고 상쾌한 목련향,

그러고는 갑자기 풍겨오는, 살덩이를 태우는 냄새,

여기 까마귀들이 뜯어먹고,

비를 모으며 바람을 빨아들이는,

그리고 햇살에 썩어가고 나무에서 떨어질,

여기 이상하고 슬픈 열매가 있다..."

이 시는 당대 최고의 재즈 보컬 중 하나였던 빌리 홀리데이가 일하던 카페 소사이어티의 관계자에게까지 퍼지게 되었는데, 이후 이 시는 편곡자 대니 멘델존에 의해 몇 군데 수정을 거쳐 빌리 홀리데이의 목소리를 통해 세상에 공개되게 된다.

 

Strange Fruit » by Billie Holiday: a sombre and lyrical call against violence - Grow Think Tank (혐주의) 이상한 열매

 

 

 

 

 

 

어쩌면 빌리 홀리데이는 이 노래를 부를 수밖에 없는 숙명을 가지고 태어났는지도 모른다.

 

백인 가정의 13살짜리 흑인 하녀 밑에서 태어난 그녀는 10살이던 1925년, 40대의 백인 남성의 집에서 하녀로 일하다 성폭행을 당했는데, 경찰에 신고했으나 남자가 처벌받기는커녕 오히려 그녀를 불량소녀로 몰아 감화원에 보냈다.

 

2년 후 감화원에서 나온 그녀는 이번에는 흑인에게 성폭행을 당하게 되고, 이후 생계를 위해 사창가에서 일하던 중 흑인의 강요된 성행위를 거부하다 앙심을 품은 그에게 매춘을 밀고당해 다시 경찰에게 넘겨지는데 이때 그녀가 15살이었다.

 

이후 다시 백인의 집에서 하녀로 일하려 했으나, 때마침 불어닥친 대공황으로 모녀는 그대로 길거리에 나앉게 되었고, 어떻게든 생계를 꾸려보고자 나이트 클럽의 댄서 오디션을 신청했으나 붙을 리가 없었다. 때마침 이를 보고 가여워한 피아니스트가 그녀에게 가창 오디션을 제안하였고, 그녀는 노래를 시작했다.

 

당시 그 자리에 있던 이는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홀 전체가 숨을 죽이고 있었다. 만약 그 자리서 누가 옷핀이라도 떨어뜨렸다면 그건 마치 폭탄 터지는 소리처럼 들렸을 것이다."

 

단언컨대 가장 처절한 삶을 살았던 여가수 - 빌리 홀리데이 (1) : 문화일반 : 문화 : 뉴스 : 한겨레 (혐주의) 이상한 열매

 

이후 그녀는 노래로 크게 성공하여 연간 25만 달러를 벌어들이는 대스타가 되었으나, 백인 밴드와의 공연에서 얼굴이 검다는 이유로 핑크 물감을 칠해야 하기도 했고, 호텔서 뒷문 출입을 강요당하기도 했으며, 백인 클럽에서 공연을 거부당하기도 했다.

 

가방끈도 짧은 데다 정치에는 문외한이었고, 가사 중에 '전원(pastoral)'의 뜻조차 몰랐던 그녀였지만, 그녀는 순전히 자신의 삶을 담아내어 '이상한 열매'를 노래했고, 그녀의 직관적인 해석은 다른 어떤 해석보다 더욱 강렬했다.

 

그녀의 '가난한 흑인의 사생아'라는 원죄는 그녀의 삶을 끝까지 순탄케 만들지 않았다. 우여곡절 많았으나 결국 모두 실패로 끝난 세 차례의 결혼 생활과 말년의 알코올, 마약 중독은 그녀를 괴롭혔다.

결국 1959년 7월 17일, 44살의 나이에 그녀는 끝까지 마약 중독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채 병상에서 숨을 거두었다.

 

저명한 역사가 에릭 홉스봄은 그녀의 부고를 듣고 그 자리에서 추도사를 써내려갔다.

 

"…(전략)…그녀의 노래에는 잘려나간 자신의 다리를 바라보며 누워있는 사람과 같은 마음의 고통과 육체적 체념이 뒤섞여 있다. 그래서 흑인에 대한 폭력에 항의하는 시에 곡을 붙여 불후의 명곡이 된 '이상한 열매'에서 우리는 그처럼 섬뜩한 전율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고통은 곧 그녀의 삶이었지만, 그녀는 그에 굴복하지 않았다.

…(중략)…그러나 스스로 죽음으로 몰고 갈 수밖에 없었던 그녀의 고통스러운 생을 되돌리기에는 너무 늦어 있었다. 10살 때 강간을 당하고, 십대에 마약에 중독되는 일이 설령 없었다 하더라도, 1915년 볼티모어 흑인 빈민가에서 아름다움과 자존심을 함께 지니고 태어난 것 자체가 그녀에게는 너무나 커다란 약점이었다.

그러나 스스로 파괴되어 가는 와중에도 그녀는 노래를 계속했다. 비록 이미 황폐해진 목소리였지만, 그것은 마음 깊이 애잔함을 불러일으켰다. 어찌 그녀를 위해 눈물을 흘리지 않고, 그녀를 이렇게 만든 세상을 탓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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