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혀 숨진 뒤 안치된 장소로 알려진 무덤이 수백 년 만에 처음으로 열렸다.

 

세계적인 다큐멘터리 잡지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27일(현지시각) 기독교 공동체의 허가를 받은 복원 전문가들이 이스라엘 예루살렘의 성묘교회(예수가 안장되었던 묘지에 세워진 교회)에서 예수의 몸이 놓였던 곳으로 알려진 장소를 봉인한 대리석 판을 들어 올렸다고 보도했다.

 

예수의 무덤은 약 1555년부터 대리석으로 봉쇄돼 지금까지 보존된 것으로 알려졌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전문가들이 대리석 판을 들어내니 공간을 채우는 잔해가 층층이 쌓여 있었고, 이 잔해를 치우자 또 다른 대리석 판이 드러났다고 전했다. 두 번째 대리석 판은 회색으로 작은 십자가가 새겨져 있었다. 이 판은 12세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복원 작업에 참여한 내셔널 지오그래픽 소속 고고학자 프레드리크 히베르트는 “이게 원래 있던 석판인데, 믿을 수가 없다”면서 “오랜 과학적 분석을 거쳐야 하겠지만, 조만간 예수의 몸이 안치된 것으로 알려졌던 돌의 본래 표면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초 시작한 복원 작업에는 50명의 전문가가 참여했으며, 약 400만 달러(약 46억원)가 투입된다. 복원은 그리스 아테네 국립공과대학의 그리스 유물 보존팀 등이 맡고 있으며, 전문가들은 이번 복원 작업을 통해 묘지의 원래 모습을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복원팀의 선임과학감독관 안토니아 모로폴루는 “가로 91㎝, 세로 152㎝ 정도의 대리 석판을 들어내는 것이 복원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이라고 말했다.

예수의 묘지는 에디큘(Edicule·작은 집)로 알려진 교회 내 건축물 안에 있다. 이 건축물은 불에 타 소실된 뒤 1808∼1810년에 다시 지어졌다.

전 세계에서 관광객과 순례자가 방문하는 성묘교회는 대리석 판을 제거하는 동안 잠시 문을 닫았다.

 

성묘교회를 운영하는 기독교 교파들은 무덤이 중요한 성지임을 강조하며 60시간 동안만 작업할 수 있도록 허락했다. 현재 작업은 촛불 대신 강력한 산업용 조명을 켠 채로 진행되고 있다. 복원 작업은 내년 봄에 마무리할 예정이다.

 

성묘교회는 로마제국 콘스탄틴 황제가 325년에 세워졌다. 1009년 이슬람 세력이 구조물을 파괴했으나 십자군이 12세기에 복원한 이후 현재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로마 가톨릭, 그리스 정교회, 아르메니아 교회, 에티오피아 정교회, 이집트 콥트교, 시리아 정교회 등 기독교 6개 종파가 구역을 나눠 교회를 공동 관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