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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아퀴나스가 했던 말로도 유명하지만 사실 베네딕토 수도회의 베드로 다미아노가 했던 말

'철학은 신학의 시녀'라는 말이 있다.

물론 여기서 시녀는 결코 우리가 생각하기 쉬운 하위계층이 아니라, 기사계급 출신의 비서로 이해하는 것이 옳으며

실제로 문맥을 보더라도 신학을 하는데 있어 철학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내용의 의도이다.

분명 신학이 위에 있긴 하지만, 현대인이 생각하는 것 만큼 철학을 낮게 보는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가끔 인터넷에 보면 신학에 관심이 있고 관련 정보를 찾아보는 사람들도 있다.

뭐 관심을 갖는 건 좋긴 한데 또 한 편으로 걱정되는 부분도 있다.

'저 분 철학도 하셨겠지?'

철학의 분야가 워낙 다양해서 단순히 철학자들의 관념론 뿐만 아니라, 자연과학이나 의학 박물학 역사학 논리학 수사학 등등 온갖 학문을 총 망라하는 개념이기에

신학하는데 있어 세상 모든 것을 통찰할 수 있는 철학의 도움은 절대적이기도 하다.

물론 우리나라 기초 교육도 그 내용만 보면 상당히 탄탄해서 '굳이 철학을 해야 하나?' 할 수도 있지만

해야 한다.

검을 쓰는 사람이 기초 체력과 근력을 다지듯이

신학을 하려면 철학이 그 기초가 되어야 한다.

기초가 없는 신학은 사이비 신학으로 빠지기 쉬울 뿐더러

자칫하면 현학적이기만 한,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가 되기 쉽다.

'신학은 인간학이다.'라는 말이 있다.

신에 대해 다루는 학문이지만 엄연히 그 근본엔 인간에 대한 통찰이 담겨 있다.

그런 인간의 사고가 지난 역사 속에서 어떤 흐름으로 왔는가를 파악하기 위해서, 철학에 대해 배우는 것이다.

철학에 있어 중요한 주제는 '세상은 어디에서 왔는가? 나는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는가?'

특히 고대 철학은 이 '세상의 근원'에 대해 묻는 주제로 부터 시작했다.

물, 불, 바람, 흙 같은 원소에서 시작되었다고 하는 사람도 있고

볼 수 없이 작은 원자, 아르케로부터 근원을 찾는 사람도 있고

플라톤처럼 이 세상이 아닌 저 너머의 '이데아'를 찾는 사람도 있다.

그런 신플라톤주의 처럼 세상의 근원과 그것에서 흘러나오는 것들의 계층을 구분하기도 하고

그런 사상들이 그리스도교 신학과도 맞물려 체계를 갖추기도 한다.

그렇게 인간은 자기 바깥에서 혹은 세상의 바깥에서 근원을 찾았다.

하지만 데카르트, 칸트, 헤겔로 비롯되는 관념론에서 그 사유의 방향이 바뀌기 시작한다.

(물론 그 전에 십자군 전쟁을 통해 아랍에서 발전한 아리스토텔레스의 학문이 다시 유럽으로 넘어오고, 그러면서 과학적 시각, 세상의 너머가 아니라 세상에서 근원을 찾는 시각이 들어오고, 그렇게 신플라톤주의를 체계로 하는 신학과 새로 들어온 아리스토텔레스의 학문을 토마스 아퀴나스가 종합하였던 중간 과정이 있다.)

Cogito ergo sum '나는 생각하고 있다, 그러므로 나는 있다' 이 명제는 사실 아우구스티누스가 원조이지만

바깥에서 외부에서 세상의 근원을 찾는 것이 아니라, 인간에서 그 출발점을 잡아나가는 것이다.

이 세상에 있는 것이 과연 있는 것인가? 이런 방법적 회의를 통해, 끊임없이 의심하고 이를 반복한다.

그렇게 세상 모든 것이 확실하지 않고 어느것도 확신할 수 없지만 단 하나, 지금 의심하고 회의하는 나 자신만큼은 자명하다는 결론에 이른다.

심지어 나의 이 사유마저 부정확하고 불확실하고 거짓일 수 있지만, 지금 사유하고 있는 나 자신 만큼은 부정할 수 없다.

그렇기에 그 수많은 회의를 거쳐, 생각하는 나, 이것은 분명 있음을 부정할 수 없으므로, '나는 있음을 확신한다'

이제 인간에서, 이성에서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한다.

사유의 방식이 바뀌고, 때마침 기술도 발전하며 유럽을 넘어선 세상에 대한 탐구가 이루어지고, 그렇게 세계관이 바뀌기 시작한다.

현대에는 아직 수구 개신교에서 방황하고 있는 주제, 과학적 발전과 신앙과의 마찰이 시작된다.

인간의 이성, 과학의 발전

확장과 성장, 팽창과 정복

인간에 대한 끊임없는 긍정과 자신감이 솟구친다.

이러면서 자유주의 학문의 풍토, 이성으로 성경도 연구하고, 고고학을 고대 역사에 대한 발굴도 이루어내고

예수에 대한 역사적 탐구도 이루어진다.

하지만 제국주의와 함께 팽창한 인간의 이성과 과학에 대한 긍정은 세계 1,2차 대전을 통해 사그라들게 된다.

그러면서 등장한 허무주의, 혹은 회의는

포스트 모더니즘이라는 말을 통해 그 이전의 시대, 근대의 시대와 현대의 시대를 구분하게 된다.

제국적 권위에서 벗어난 탈 권위.

인간의 이성에 대한 긍정에 무관심해짐.

파편화되고 분리되고 흩어진다.

이 무렵 교회는 점점 고립되고 자신들만의 세계를 유지하는데 급급했다

세계 대전으로 타오르는 세상에 특별한 메시지를 던지지 못했으며

오히려 교황령을 빼앗기고 세속 군주로서의 힘도 잃어버린다.

하지만 오히려 이런 상실이 더 큰 메시지를 가지게 되었다.

세계 대전 속에서 피폐해진 사람들 속에서

참화 속에 새롭게 피어오르는 희망에 응답했다.

그 결과가 1960년대 이루어진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세상에 문을 열기 시작하고, 개신교의 자유주의적 신학과, 현장의 사목에 응답하였다.

세속 군주로서의 힘은 모두 잃어버렸지만, 오히려 세상 사람들에게 영적 지도자로서의 면모를 되찾았다.

부유하고 귀족적인 것은 내려놓으며,

현장으로 가난한 이들에 대한 관심을 찾아 나선다.

특히 요즘은 지구 환경에 대한 문제들, 소비주의와 물질주의에 대한 메시지를 계속 던진다.

세상의 메시지에 귀를 귀울이지만, 그렇다고 세속의 메시지에 함부로 휘둘리지 않는.

이런 사유의 역사를 파악해서 거기에 신학에 대한 이해를 올리기 위해

철학은 당연히 필수이다.

철학 없이 신학만 하는 것은

기초도 없이 건물을 올리는 것과 같다.

물론 성경에서 예수님 말씀이 기초라고 하지만

철학은 그 기초를 다듬을 수 있는 도구와 땅이다.

마냥 성경 말씀에 머리를 들이밀고 돌진하거나

교리 내용만 달달 외우는 게 신학이 아니라

이런 인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더 세분화 되고 깊이 있는 이해가 된다면 더 좋고

그 위에 신학적 지식을 쌓아 올려야 하고,

여기에 수덕생활의 실천이 함께 더해지는 것이 건강한 신학하기가 아닐까 싶다.

물론 여기서 훨씬 더 디테일하게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은 많지만,

일반인들이 간략하게 파악하기 좋을 정도로 짧게 정리하면

이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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