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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걸 하지 않아도 ‘집콕’하며 시간을 잘 보내는 편인 필자도, 매년 이맘때쯤 되면 어디든 떠나고 싶어진다. 멀리 떠나지 못하는 요즘은 봄이라는 계절이 주는 설렘이 괜히 밉다.

무료한 나날에 지친 이들에게 귀가 번쩍 띄는 소식 - 서울 도심 초고층에서 특별한 봄맞이 ‘오색 여행’을 떠날 수 있다. 올해 8월 말까지 즐길 수 있다는 ‘역대급 색감’의 비밀 공간을 소개한다.
‘화려한 컬러왕국으로의 초대’를 콘셉트로 하늘, 바다, 숲과 같은 자연을 강렬하고 신비로운 공간으로 재해석해 선보인 <뮤지엄 오브 컬러 63 특별전>. 63빌딩 전망대가 있는 60층에 위치한 63 ART 전시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고 해 바로 찾아가봤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60층으로 올라가며 바라본 서울 도심 뷰. 전시회를 많이 다녀봤지만 이렇게 높은 곳에서 펼쳐지는 전시는 처음이라 잔뜩 신이 났다. 벌써부터 카메라를 꺼내들며 기대에 부푼 마음을 겨우 진정시키고 전시장으로 향했다.

하늘에서 펼쳐지는 ‘컬러의 대향연’. 국내외 유명 아티스트들의 강력한 색채가 돋보이는 작품들이 기다린다는 얘기에 호기심을 가득 안고 입장했다.


‘블랙’, 검은색은 오늘날 부정적인 의미보다는 품격, 우아함, 심플함을 대변한다. 다채롭게 변주되는 블랙의 의미를 모은 이곳은 90만 SNS 팔로워를 보유한 러시아 출신 사진작가 크리스티나 마키바가 꾸민 공간이다.

세계적인 명소를 누비며 남긴 그의 동화 같은 작품들이 전시실을 가득 채웠다. 호화로운 식사 자리에 초대받은 것처럼 느껴지는 이곳. 예쁘게 꾸며진 테이블 앞에 직접 앉아볼 수도 있다.


햇빛의 세기, 바다의 수심, 파도의 강도 등 바다를 구성하는 요소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해 결코 한 가지 색에만 머무르지 않는 신비한 색 ‘블루’. 이곳은 바닷가를 누군가와 함께 거닐던 시간, 그 바다의 색을 아름답게 덧칠해 주는 추억의 공간이다.


생장의 시기인 ‘봄’, 인생의 성장기인 ‘젊음’, 자연과 평화, 회복을 상징하는 색 ‘그린’. 이 전시실은 머물러 쉴 시간조차 없는 요즘, 마음의 여유를 되찾고 위안을 찾는 산책길과 같은 공간이다.

사방이 거울로 돼 있어 마치 드넓은 숲속에 와있는 것 같은 이곳. 나무 밑동같이 생긴 종이로 만들어진 의자에 앉아 잠시 쉬어가기 좋다. 봄은 항상 짧게 느껴져 흘러가는 시간이 유독 아쉬운 계절인데, 그래서인지 ‘시들지 않는다’는 표현이 반갑고 설렜다.


사진작가 예너 토룬이 도심의 공업지대와 개발 지역을 누비며 포착한 건축물들을 기하학적 추상으로 재구성해 가상의 세계를 창조한 공간. 마치 서로 다르지만, 또 완벽하게 하나인 무지개처럼 조화로운 작품 속 건축 요소를 표현해 붙여진 이름이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자연의 아름다움, 그중에서도 하늘의 색채를 본 따 만든 ‘선셋 룸’. 한낮이 되면 푸른 하늘색이 나타나고, 해가 질수록 주황빛, 핑크빛, 또는 붉은 빛의 색채가 하늘을 물들이는 과정을 표현한 공간이다.


먼저 소원을 적어 벽에 걸어두면 소중히 보관했다가 제주들불축제로 보낸다는 ‘소원의 벽’.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3월이 온 만큼 걱정도, 기대도 늘어난 요즘 복잡한 마음을 정리하며 한 자씩 써 내려갔다. 무엇보다도 하루빨리 세계적으로 혼란스러운 시기가 지나고 다시 웃으며 떠날 수 있는 날이 오길 간절히 바라본다.

오래 이어진 관람으로 지쳤다면, 60층 전망 카페에서 서울 광경을 내려다보며 음료 한 잔의 여유를 즐겨보자. 시원하고 달달한 음료를 들이키며 아름다운 서울의 모습을 눈에 가득 담으니 눈도 입도 즐겁다.

여행이 그리워 찾아갔다가 ‘인생 사진’까지 한가득 건지고 온 <뮤지엄 오브 컬러 63 특별전>. 트렌디한 전시를 찾는 2030세대는 물론, 자녀 감성 발달에 관심이 높은 부모까지 특별한 하루를 보내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성큼 다가온 봄을 보다 특별하게 맞이하고 싶다면, 싱그러운 계절에 생동감을 불어넣는 ‘하늘 위 색감 맛집’으로 향해보는 건 어떨지. 수많은 색채 중 나를 가장 잘 표현하는 컬러가 무엇일지 찾아보는 시간을 품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