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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063
1개월 전

🗨️ 방금 여자한테 차였다.

카테고리   ➡︎   💬일상잡담

오늘 나의 찌질함을 깨닫게 되어 일기가 쓰고 싶어졌다. 

이왕이면 욕도 함께 먹고 싶어서 글을 남길곳이 어디 있나 찾다가 여기에 글을 남겨본다. 

 

나는 30대 후반이고 그녀는 22살(03년)이다. 

그녀는 베트남 여자다. 키는 작았지만 귀엽고 유머러스했다. 

우리는 작년 11월에 만나 친해졌고 한국에 와서도 계속 연락을 이어나갔다. 

문자가 영통이 되었고 우린 매일 영통을 하게 되었다. 

그녀는 한국말 듣기는 잘 못했지만 쓰기, 말하기는 곧 잘했다. 

그녀는 빨리 결혼하고 싶어 했으며 어느 순간부터는 노골적으로 나와 결혼하고 싶다고 했다. 

 

그녀의 플러팅이 재밌어 받아주다가 우린 어느새 진짜 결혼 얘기까지 하는 사이가 되어있었다. 

근데 결혼 얘기를 하면 이 친구가 절대 물러서지 않던 사안? 이 있었다. 

결혼 지참금(많은 걸 바라는 게 아니고 문화를 존중해 달라는 차원) + 나와 결혼하면 한국에서 자기가 번 돈의 일부를 부모님에게 보내 친정 살림과 동생 교육 뒷바라지 해주고 싶다고 했다. 

그녀는 중졸이다. 집이 가난해서 학업을 정상적으로 마치지 못했고 어릴 때부터 일을 시작했다. 그렇기 때문에 동생은 꼭 교육 뒷바라지를 해주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이 친구가 한국에 와서 일을 한다면... 농사 알바나 청소, 주방 설거지 같은 일을 해야 할 텐데 나는 그걸 원하지 않았다. 

결국 3월 초 대판 싸우고 심한 말을 한 후 연락하지 말라고 통보를 했다.

 

그렇게 서로 연락을 안 하다가 틱톡에 알람이 떴다. 

이 친구가 내 프로필을 조회했다. 

나는 약간 우쭐했다. 

'아직 나를 잊지 못했군!'이란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나는 이 친구가 그리웠었다. 귀엽고 재밌고 3~4개월 동안 나만 바라봐주었던 고마운 친구였으니... 

후회도 되고 그리운 마음에 문자를 했다. 

다행히 내 연락을 받아줬고 우린 예전처럼 문자를 했다. 

아니지.. 예전 같으면 영통을 했겠지만 그냥 문자만 했다. 

한참 대화하다가 이 친구가 

"사실..." 

이라면서 머뭇거렸다. 


그녀는 "저는 곧 결혼해요."라고 말했다.
 

내가 그녀에게 일방적으로 '그만 연락하자'고 한 며칠 후
그녀는 그동안 거부해 왔던 선자리를 받았고
그 남자와 결혼할 생각이란 말을 했다. ㅠㅠ  

지인이 소개해 준 그 남자는 조건이 참 괜찮은 남자였다.  

싱가포르 사람이었고 미국 기업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라고 했다.  

사진도 보내줬는데 키도 크고 덩치도 크고 참 착하게 생겼다.. 판다처럼 착하고 푸근한 인상. 

실제로도 착했다고 한다.  

나이도 나보다 어리다.  

 

그 남자는 선자리가 잡히자마자 바로 다음날 기꺼이 그녀의 고향까지 비행기 타고 날아갔다.  

그 남자는 그녀가 참 마음에 들었나 보다.  

선 본 다음날 바로 부모님까지 찾아뵙고 결혼하고 싶다고 했단다. 

그리고 싱가포르도 동남아 국가이기 때문에 동남아 결혼 문화를 잘 이해하고 있고 
당연히 결혼식비용 + 지참금도 주겠다고 했단다. 

 

나는 축하해 줬고 그 남자를 잡으라고 했다. 그리고 "기쁜데 슬프다 ㅎㅎㅎ"라고 보냈다.  

그녀는 '왜 기쁜데 슬퍼?'라고 물었다... 

그래서 나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좋은 남자를 만나 잘 된 것 같아 기쁘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다른 남자를 만나 슬프다"라고 했다.. 

 

 

그녀는 '왜 진작 고백 안 하고 왜 이제 와서 후회하냐'라고 하더라.

한 30분 정도 일상 대화를 이어나가다가.. 

새벽 1시(우리가 항상 연락을 마치던 시간)에 그녀가 말했다. 

"나 네가 그 말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울었어. 지금 눈이 퉁퉁 부었어... 개새*야" 

우린 그렇게 펑펑 울며... 헤어졌다. 
 

나와 연락하던 당시엔 이런 말을 한번도 하지 않았던 그녀다. 
내가 결혼하자고 하면 무조건 ok라고 했던 그녀... 
나보다 훨씬 조건도 좋고 지리적으로도 가까운 남자가 있음에도 
나와의 인연을 소중히 생각하고 나를 존중해줬던 그녀...

어쩌면 나는 그녀가 베트남의 가난한 가정 출신이라는 점에서 

그녀를 무시했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뭐라고...


하... 벌써 새벽 5시네 ㅠ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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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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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익명981
    1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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