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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 지옥으로 가는 활주로,싱가포르항공 006편 이륙 실패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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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10월 31일 오후 11시경,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대만의 장개석 국제공항(후일의 타이완 타오위안 국제공항).

179명이 탄 B747-412 한대가 이륙할 준비를 하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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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항공기는 바로 싱가포르항공 006편으로,싱가포르 창이 국제공항에서 출발해 장개석 국제공항을 거쳐 LA 국제공항까지 가는 항공편이었다.

이날 006편의 기장은 공풍치,부기장은 라티프 시라노,교대조종사는 응켕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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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11시 5분에 관제탑에게 05L 활주로로의 택싱허가를 받은 006편의 조종사들은 서둘러서 05L 활주로로 이동하려고 했다.

하지만,이날 장개석 국제공항엔 엄청난 폭풍우가 몰아치고 있었고 이때문에 택싱이 지연되어서 006편은 유도로에서 평소보다 더 많은 시간을 소모해야 했다.

택싱이 지연되자 조종사들은 더 조급해졌고,최대한 빨리 이륙하고 싶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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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샹산의 경로

 

그런데,조종사들은 왜 저렇게 빨리 이륙하고 싶어한걸까?

그 이유는 장개석 국제공항에 20호 태풍 '샹산'이 점점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샹산의 접근에 따라 장개석 국제공항의 폭풍우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었고,이미 장개석 국제공항 주위에 있는 공항들은 대다수가 폭풍우로 폐쇄된 상태였다.

만약 006편의 이륙이 조금이라도 더 지연된다면 장개석 공항도 폭풍우로 인해 폐쇄되어버려서 006편의 이륙이 아예 취소될수도 있었기 때문에 006편 조종사들은 상황이 조금이라도 나은 이때에라도 이륙하려고 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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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오후 11시 15분에 타이베이 관제탑이 006편의 이륙을 허가해주었고 006편은 이륙지연이나 이륙취소같은 최악의 상황에 처하는 것은 막을수 있었다.

이륙허가를 받은 직후 006편은 기나긴 택싱을 끝내면서 11시 16분에 마침내 활주로에 도착할수 있었고,조종사들은 006편의 엔진출력을 올리면서 이륙을 시작했다.

006편은 곧바로 활주로 위를 달려나가기 시작했고 약 40초 후에 V1(이륙결심속도)에 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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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갑자기 006편 앞에 다수의 건축자재들과 건설장비들이 나타났다!

조종사들이 무슨수를 써보기에는 시간이 너무 부족했고,006편은 시속 242km의 속도로 질주하며 건설장비와 건축자재들을 연속해서 들이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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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돌로 인해 006편의 좌측 엔진 2개가 떨어져나가면서 추력 불균형에 빠진 006편은 좌측으로 무려 300도나 회전했다.

회전하면서 계속 활주로를 나아가던 006편은 잠시후 롤러 2대와 부딫혔고,이때 기체가 두동강이 나면서 간신히 멈출수 있었다.

그러나 이 충돌로 인해 006편의 연료탱크가 파괴되면서 전방 동체에서 대폭발과 화재가 발생했고,006편의 앞부분과 중앙에 타고있던 다수의 승객이 폭발의 충격과 화재로 인해 사망했다.

특히 연료탱크와 가까운 중앙부분에 타고있던 승객들은 절대다수가 006편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안타깝게 생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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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006편 사고를 목격한 장개석 공항의 관제사가 즉시 공항소방대를 출동시켜주었고 006편의 승무원들이 필사적인 노력으로 승객들을 최대한 빨리 대피시킨 덕분에 다수의 승객들이 생존할 수 있었고,결론적으로 006편 탑승자의 과반수 이상인 96명이 생존할 수 있었다.

 

이 사고는 싱가포르항공의 첫 사망사고이자 B747-400의 첫 사망사고였기 때문에 사고의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해 항공업계의 관심이 집중되었고,대만 항공안전위원회(ASC)는 조사단을 파견하여 사고원인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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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단은 곧바로 조사에 들어가 006편의 블랙박스를 찾아내는데 성공했지만 사고 다음날부터 샹산이 장개석 국제공항 주위에 본격적으로 몰아쳐서 사고현장조사가 매우 어려워졌기때문에 일단 현장조사는 블랙박스를 찾는선에서 중단하고 우선 006편 조종사들의 증언을 듣기로 했다.

놀랍게도 006편 조종사들 모두가 사고현장에서 무사히 탈출하는데 성공한 것이었다.

 

006편 조종사들은 조사단에게 '올바른 활주로에서 이륙했으나 활주로에 장애물이 있어서 결국 충돌했다'라고 진술했고,이에 조사단은 다른 추락사고들과는 달리 빠르게 조사방향을 이륙중의 충돌로 잡을수 있었다.

이제 조사단은 활주로에 왜 건축자재들이 있었는지 알기만 하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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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무언가가 이상했다.

006편 조종사들이 이륙했다고 진술한 활주로는 05L이었는데 정작 006편이 발견된 활주로는 05R이었던 것이다.

의구심이 든 조사단은 사고당시 장개석 국제공항의 활주로 상황과 006편 블랙박스 음성기록장치 녹음을 확인해보았고,그결과 충격적인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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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개석 국제공항의 구조

 

006편은 사실 잘못된 활주로에서 이륙했던 것이다.

사고당시 006편이 이륙했던 활주로는 보수공사를 위해 폐쇄된 위에 건축자재들과 중장비가 즐비한 05R 활주로였다.

장개석 국제공항에서 05L 활주로로 가려면 N1유도로로 진입해 약 250미터 정도를 직진하고 우회전해야 하는데,006편 조종사들은 N1 유도로에 들어오자마자 우회전을 해버려서 폐쇄된 05R 활주로로 잘못 들어왔었고,006편 조종사들은 이상태에서 이륙을 시도해버려 결국 사고로 이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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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렇게 되자 조사단은 조사방향을 왜 활주로에 중장비들과 건축자재들이 있었는지 확인하는것에서 006편 조종사들이 도대체 왜 이런 실수를 했는지 확인하는것으로 크게 바꾸었고,곧바로 조종사들이 실수한 원인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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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종사들을 심문하고 블랙박스 기록들을 분석해본 후,조사단은 그 이유를 알수있었다.

조종사들은 올바른 활주로로 갈만한 상태가 아니었었다.

 

당시 006편의 조종사들은 장개석 국제공항의 05L 활주로를 몇년간 쓰지 않아서 05L 활주로에 대한 경험이 극히 부족한 상태였고 거기다가 태풍 북상과 택싱 지연으로 인해 조바심이 크게 나있었으며 이와 더불어 빠른 이륙을 위해 이륙 체크리스트 점검,측풍 확인,현재 기상상황 확인같은 다른 업무들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었기 때문에 활주로에 집중을 할수 없었다.

이런 최악의 상황에서 관제탑은 폭풍우로 인해 006편의 위치를 확인하지 못했는데도 이륙을 허가해버렸고(다만 이건 어쩔수 없었던게 당시 장개석 국제공항에는 지상레이더가 예산문제로 설치되지 않은 상황이었다),그 결과 006편 조종사들은 '이륙허가 받았으니 우리가 맞는 활주로에 있는거구나!'라고 잘못 판단해 그대로 이륙했던 것이다.

 

조사단은 조종사들의 경험부족과 혼란,잘못된 판단이 사고의 주요 원인들이라고 결론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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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사고원인이 파악되었으나,조사단은 아직 두가지 의문이 남아있었다.

 

1.당시 05R 활주로에는 '유도로'를 뜻하는 활주로 유도등이 켜져있었는데 조종사들은 그대로 05R 활주로로 들어갔다.

조종사들이 혼란에 빠져있었다고는 해도 활주로 유도등 정도는 구분할수 있었을것인데 도대체 왜 그럼에도 조종사들은 05R 활주로로 들어간것일까?

 

2.006편이 05R 활주로로 들어간 후 PVD(활주로 정렬 상태를 조종사들에게 알려주는 장치)는 006편이 원래 가야할 활주로를 이탈한 상황이라고 표시해주었다.

그런데,이 PVD 표시를 보았는데도 조종사들은 왜 이륙을 시도한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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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단은 사고당시 장개석 국제공항의 시설과 싱가포르항공의 조종사 교육정책을 확인한 후 두가지 의문의 답을 찾을수 있었다.

 

우선,유도로를 뜻하는 활주로 유도등이 켜져있었는데도 조종사들이 05R 활주로로 들어간 이유는 장개석 국제공항의 시설 낙후 때문이었다.

사고당시 장개석 국제공항의 05L 방향 유도등들의 다수가 맛이 갔거나 밝기가 심각한 수준까지 떨어진 상황이었던 것이다.

더군다나 ICAO 규정상 05L/05R 활주로로 통하는 유도로의 갈림길에서 05L쪽으로 향하는 방향의 유도로에는 최소 16개의 유도등이 설치되어 있어야 하는데도 장개석 국제공항은 단 4개의 유도등밖에 설치하지 않았고 그나마도 반이 작동불능인 상태였으며,설상가상으로 공항측의 부실관리로 인해 05L로 향하는 쪽의 유도로는 중앙선이 끊겨있어 야간에 보면 길이 없는것처럼 보이는 상황이었다.

끊임없이 몰아친 폭풍우때문에 앞이 제대로 안보였던 006편 조종사들은 공항 시설의 문제까지 겹쳐서 05L 활주로 방향의 길이 없다고 생각해 결국 앞에 보이는 유일한 길인 05R 활주로로 가버린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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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개석 국제공항의 파행관리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장개석 국제공항은 보수중인 05R 활주로로의 진입을 막기 위한 바리케이트를 딱 공사구간에만 설치했고 활주로 폐쇄를 알리는 장비들은 단 하나도 설치하지 않았다.

그 결과,006편 조종사들은 05R 활주로가 폐쇄되었다는 사실을 알수가 없었다.

 

이렇게 공항 시설들이 전체적으로 낙후된 상황에서 올바른 활주로를 찾기란 매우 어려웠고,실제로 조사단이 직접 보잉 747기를 몰며 한 실험에서 당시 상황으로는 충분히 006편 조종사들이 활주로를 오인할수 있었다는것이 증명되기도 했다.

공항시설의 문제 역시 006편 사고에 엄청난 기여를 한것이다.

조사단은 사고당시 장개석 국제공항의 심각하게 낙후된 시설들이 사고를 부추겼다고 결론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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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종사들이 유도등을 무시한 이유가 공항시설 낙후 때문이라면,조종사들이 PVD의 경고를 무시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바로 싱가포르항공의 비행지침때문이었다.

싱가포르항공의 비행지침과 조종사 교육과정은 PVD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었던것이다.

싱가포르항공의 교육을 받고 싱가포르항공의 지침을 보며 근무한 조종사들은(특히 기장) PVD의 경고를 대수롭지 않게 넘겨버렸고 이때 확증편향까지 더해지면서 결국 잘못된 활주로에 들어왔단 것을 알 마지막 기회를 놓쳐버렸던 것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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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단은 최종보고서에서 악천후와 공항 시설 낙후,조종사들의 착각이 사고를 불러왔다고 발표했고,이륙 체크리스트 점검절차에 올바른 활주로에 진입했는지 확인하는 절차를 넣어야 한다고 권고했다.

또한,조사단은 장개석 국제공항에게는 시설을 규정에 맞게 관리하라고 권고했으며 싱가포르 항공에겐 악천후시 지상이동 훈련을 강화하고 조종사들에게 대대적인 PVD 교육을 실시할것을 권고했다.

 

한편,006편 사고로 무사고 기록이 깨지며 호되게 망신을 당한 싱가포르 항공은 이후엔 또다른 사망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엄격히 항공기와 조종사들을 관리했고,그 결과 006편 사고 이후로는 다시 무사고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006편 사고 희생자 83명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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