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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3.08 10:55
이탈리아의 근성(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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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I_-_Second_Battle_of_the_Isonzo_-_20th_Cavalleggeri_di_Roma_Cavalry_Regiment_position_in_the_Carso.jpg

 

제2차 이손초 전투

 

 

1차전이 종료된 후 2주도 안된 1915년 7월 18일, 다시 한 번 카도르나는 이를 갈고 이손초 강으로 공세를 펼쳤다. 이전보다 증가한 25만 명의 병력을 동원한 공세였다. 카도르나는 지난 1차전에서 오스트로헝가리군의 맹렬한 포격에 큰 피해를 입은 것에 대해 '이게 다 우리가 화력이 부족해서 진 것이다'라는 생각을 굳히게 되었고, 대대적으로 포병 전력을 증강시킨 채 공세에 나섰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포병전력이 아니었다. 카도르나는 전근대적인 마인드의 지휘관이었고, 그가 가진 능력이라고는 혹독하다싶을 정도로 군기를 잡는 것이 전부인 무능한 지휘관이었다는 게 고작 2번째 전투만에 드러난 것이다. 1차전과 마찬가지로 오직 '이손초 강 돌파!'라는 대전제만 갖고, 전혀 달라진 것이 없는 공세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포병전력 자체는 확중하였지만 이탈리아의 빈약한 공업력으로 인해 제대로 된 전쟁물자가 전선에 도착하지 못한 상황이었던 것도 이탈리아군의 발목을 제대로 붙잡고 있었다. 1차전과 마찬가지로 공세 초기에는 바토그니차 산과 카푸치오 숲을 점령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오스트로헝가리군의 이탈리아전선 총사령관이었던 콘라트 폰회첸도르프는 단 78,000명에 불과한 병력으로 이들을 막아세웠는 데, 여기서 오스트로헝가리군은 놀랄만큼 강력한 전투력을 보여주었다. 특히 카르트스 고지전에서는 총알도 다 떨어진 상황에서 백병전을 강요, 비록 본인들도 큰 타격을 입었으나 이탈리아군에게도 막대한 출혈을 강요하는 데 성공하였다. 그 외에도 여기저기서 오스트로헝가리군의 분투가 이어지며 이탈리아군의 공세능력을 끊임없이 갉아먹었다.

 

제2차 이손초 전투는 2주 뒤인 8월 3일, 이탈리아군이 공세종말점에 도달하면서 마무리지어졌다. 오스트로헝가리군은 47,000여명의 사상자를 내었고, 이탈리아군은 42,000여명의 손실을 내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이탈리아군의 승리처럼 보이기도 하고, 실제로도 이탈리아군은 앞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바토그니차 산을 점령하는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그러나 양측의 전력차가 3배 이상 나는 상황에서 얼추 비슷한 사상자를 낸 점은 얼마나 오스트로헝가리군이 잘 싸웠는 지, 그리고 얼마나 이탈리아군이 형편없었는 지를 증명하는 하나의 사례로도 자리잡게 되었다.

 

 

 

italianfront2.jpg

 

제3차 이손초 전투

 

 

2차전이 종료된 후 2달 뒤, 카도르나는 '이번에는 진짜 다르다!'를 외치며 다시 한 번 포병전력을 크게 강화하였다. 무려 1200문의 포가 증강배치되었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1915년 10월 18일, 이손초 전투 3트가 시작되었다.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이탈리아군은 1400문에 달하는 포병전력을 십분활용해 일제히 전선을 강타하였으나, 또 다시 목적없는 돌격이 이어졌다. '방어전의 마스터' 폰보이나는 산미켈레 산을 둘러싼 방어전에서 유려한 기동전을 통해 이탈리아군의 공세를 완전히 무너뜨렸으며, 효율적인 포병 배치와 집중 포격을 통해 이탈리아군을 효과적으로 요리할 수 있었다. 약 2주간 벌어진 전투는 이탈리아군의 공세능력 상실로 마무리지어졌다.

 

소기의 성과라도 거두었던 앞선 두차례의 전투에 비해, 이탈리아군은 유의미한 성과 조차도 거두지 못한 채로 70,000명에 달하는 사상자를 낸 채로 후퇴하였고, 반면 오스트로헝가리군은 그 절반이 조금 넘는 40,000여명의 피해를 낸 채 방어선을 지킬 수 있었다. 투입된 병력은 이탈리아군이 3배 이상에 달했다.

 

그럼 이쯤되서 드는 생각은, 세 번이나 꼬라박았으면 슬슬 카도르나가 짤릴만도 하지 않나 싶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카도르나가 잘렸다면 굳이 이 글을 쓰고 있지도 않았을 것이다.

 

 

italianfront.jpg

 

제4차 이손초 전투

 

 

7만 명에 달하는 병력이 녹아버린 지 고작 일주일 뒤인 1915년 11월 10일, 카도르나는 분기탱천하여 괴르츠(고리치아)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였다. 이번에도 30개 사단, 20만 명이 넘는 대병력이 투입되었던 반면 마찬가지로 오스트로헝가리군의 병력은 1/3을 간신히 넘는 수준이었다. 이전 전투들과 마찬가지로 초기에 이탈리아군의 공세는 성공적으로 진행되었다. 머릿수에는 장사가 없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여전히 포병 전력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줄 알았던 오스트로헝가리군은 주요 고지대에 포병대대를 배치시켜 효과적으로 이탈리아군에게 타격을 가했다.

 

그래도 이탈리아 제2군이 괴르츠 부근까지 도달, 괴르츠 인근 고지대들을 점령하는 성과를 거두었으나, 이탈리아 제3군의 형편없는 공세능력으로 괴멸적인 타격만 입은 채 물러나게 되었다. 고리치아에는 숫자는 많지 않았지만 오스트로헝가리군의 최정예가 주둔한 채로 눈을 시퍼렇게 뜨고 절대사수하고 있는 상황이었고, 위에 언급한 효과적인 포병 화력 지원을 통해 이탈리아군의 자살돌격에 가까운 공세를 막아낸 덕이 컸다.

 

제4차 이손초 전투는 달을 넘긴 12월 2일에 종료되었다. 알프스 산맥에서 타고내려온 강추위가 이 지역을 덮친 탓에 양쪽 모두 전투를 벌일 상황이 안되었던 탓이었다.

 

한 편, 네 차례에 걸쳐서 피비린내나는 이손초 방어전을 펼친 오스트로헝가리군은 슬슬 두려움에 떨기 시작했다. 지금까지야 어떻게던 막아내고는 있지만, 계속 머릿수를 앞세워 무지성으로 돌격해오는 이탈리아군을 막아내기에는 오스트로헝가리군도 힘에 부쳐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도 제4차 이손초 전투가 진행되고 있던 당시만해도 오스트로헝가리는 아직까지 세르비아조차도 무너뜨리지 못한 졸전(...)만을 거듭하고 있었고, 동부전선에서는 러시아 제국의 맹렬한 공세를 힘겹게 막아내며 삼중전선을 감당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이 전투를 기점으로 오스트로헝가리는 공식적으로 독일 제국에게 이탈리아 전선에 참전해줄 것을 요청하였다.

 

그리고 카도르나는 4번에 걸친 패전의 책임을 물어 30명이 넘는 장군들을 보직해임 시켰으며, 1915년 6월부터 반년간 이탈리아군의 사상자는 16만 명을 넘게 기록하였다. 이로 인해 이탈리아군의 사기는 점차 바닥을 치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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