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TI를 서양 사주라고 부르기도 한다잖아. 사실 전혀 다르지만, 글자 네 개로 사람을 파악하려고 하니 비슷해 보이는 것 같긴 해. 처음엔 나 같은 사람이 꽤 있네 하면서 묘한 안도감을 느꼈거든. 내가 좀 이상한 사람인가 했는데 땡땡땡 유형이라 그런 거였구나, 하면서 일종의 포기에서 오는 편안함?. 인생의 커다란 짐을 내려놓는 기분이라 이게 긍정적인 효과인 건 인정해.
근데 이게 부정적으로 가니까 너무 무섭더라.
자꾸 핑계를 대는 거야. "나는 INFP라 남한테 싫은 소리 잘 못 해"라거나 "나 ESTJ잖아, 무뚝뚝한 거 네가 이해해라" 이런 식으로 내 성향 뒤에 숨는 거지. 확실히 MBTI에 따라 익숙한 행동 방식이 있는 건 맞지만, 사실 우리가 얼마든지 다르게 행동할 수 있는데도 자꾸 '난 이래서 안 돼'라고 스스로를 가두는 거 같아.
특히 성인이 되면 돈 벌려고 취직해야 하고, 하기 싫은 일이라도 해야 하잖아. 면접처럼 어떤 사람에게는 쉬운데 나한테는 어려운 일도 생길 수밖에 없어. 그때마다 내 MBTI가 어쩌고 하면서 피하거나 못하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면, 그냥 계속 그렇게 살아야 하는 거잖아.
물론 할 수만 있다면 적성에 맞는 일을 찾는 게 가장 좋긴 해. 피터 드러커도 잘 못하는 걸 남들만큼 하려고 애쓰는 것보다, 원래 잘하는 걸 월등히 잘하려고 하는 게 낫다고 했대. 노력은 비슷하게 들어가는데 성과는 어마어마하게 차이 난다고. 근데 문제는 우리가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먹고살 팔자 좋은 사람이 거의 없다는 거야.
연애도 마찬가지야. 진짜 좋은 사람은 가만히 있으면 만나기 어렵대. 인기가 좋아서 주변 사람들이 내버려 두지 않거든. 나도 상대가 마음에 들지만, 상대도 나를 마음에 들어 하게끔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사람이 실제로 맺어질 가능성이 크대. 예를 들어, 내 취향이 아니더라도 남친이나 여친이 그걸 좋아한다면 어느 정도는 할 줄 알아야 연애도 유지되는 거지.
결국 '난 그냥 안 하는 거야' 이게 맞지, 'MBTI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못 하는 거야' 이건 아니라는 거지.
하기 싫고 잘 못하더라도, 내가 진짜 원하는 게 있다면 그냥 "한번 해보겠다"고 마음먹고 시도해 보는 수밖에 없어. 시도하지 않으면 실패도 없지만 성공도 없어. 힘들더라도 알고 보면 다들 비슷한 경험을 하면서 버티고 있는 거라더라. 우리 모두 힘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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