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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지구상에 있던 어떤 지도에서도 그 도시를 찾을 수 없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곳을 '유령 도시'라고 부르며 수군거렸다. 서유럽을 쑥대밭으로 만들 핵무기가 그 도시에 숨겨져 있다고. '폴란드의 체르노빌'이란 별칭도 있었다. 허가받은 사람들만 출입할 수 있었던 탓에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전을 들먹이며, 그곳도 방사능에 오염됐을지 모른다며 두려워했다

 

보르네 술리노보 시가지 전경. 탱크 모형이 보인다. / 사진=보르네 술리노보 관광센터·사진작가 타데우시 보예푸츠키(Tadeusz Wojewodzki)

소련이 숨기려 했던 폴란드 도시

 

뭔가 무시무시한 곳 같아 보이는 그곳은 폴란드 서부 포메라니안(Pomeranian) 지방에 있는 관광 명소 '보르네 술리노보(Borne Sulinowo)'라는 도시다. CNN은 아름다운 자연 경관과 냉전 시대 유물을 보기 위해 많은 한 관광객들이 이곳을 찾는다고 소개했다.




보르네 술리노보는 북대서양 조약 기구(NATO) 군 최대 훈련지인 드라프스코 포모르스키예(Drawsko Pomorskie)에서 차를 타고 동쪽으로 1시간가량 울창한 숲을 지나면 도착한다.



1991년 소련이 붕괴하기 전까지, 이곳은 특별 허가증을 갖고 있는 사람만 들어갈 수 있었다. 그 외에는 어느 누구도 가까이 갈 수 없었다. 그곳은 잠겨 있었고, 외부와 완벽하게 차단돼 있었다.


 

일찍부터 군사요충지였던 까닭에 지금도 군사적 유물이 많이 남아 있다. / 사진=보르네 술리노보 관광센터·사진작가 타데우시 보예푸츠키(Tadeusz Wojewodzki)

소련의 폴란드 침공 후 이곳에는 바르샤바조약기구(소련 주도로 만들어진 동구 8개국 군사동맹) 군사훈련 시설이 들어섰고, 주민들 출입은 철저히 금지됐다. 냉전 시대에는 1만 2000여명의 소련군이 주둔해 있었다.




그 이전부터도 보르네 술리노보는 군사요충지였던 까닭에 폴란드를 침공한 외국 군대들이 군사기지로 활용했다. 나치 독일은 이곳에 철도, 포로수용소, 군 병원 등을 건설했고 이후엔 소련이 그 시설을 썼다.




현재 보르네 술리노보는 일반 주거지역으로 변모했다. 소련군이 철수한 후 막사는 아파트로 바뀌었고 철도를 없앤 대신 도로를 확장했다. 현재 주민은 약 5000명 정도다.

 

보르네 술리보노는 호수와 숲이 아름다운 관광 명소다. / 사진=보르네 술리노보 관광센터·사진작가 타데우시 보예푸츠키(Tadeusz Wojewodzki)

과거 건물들은 수년에 걸쳐 복원됐다. 구소련 시대 병원은 완전히 새롭게 태어났고 H자 모양 건물은 다발성 경화증 환자를 위한 요양원과 재활치료 시설로 쓰이고 있다.

 

핵과 전체주의 유물

보르네 술리노보에는 그러나 과거 모습이 여전히 남아 있다. 무너지다시피 한 군대 건물의 대리석 외벽 같은 것들이 그런 흔적이다. 도시는 냉전 시대 역사를 확인하려는 관광객들에게 이런 스토리를 알리고 싶을 지도 모르겠다.

 

냉전 시대 유뮬을 바라보고 있는 한 관광객 / 사진=보르네 술리노보 관광센터·사진작가 타데우시 보예푸츠키(Tadeusz Wojewodzki)

구소련 주장과 달리 공개된 옛 비밀문서들과 고고학자들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폴란드에는 파리, 암스테르담 등 서구 대도시를 겨냥한 핵미사일이 배치돼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관심이 가는 것은 이곳에 숨겨져 있던 거대 사일로(미사일 발사대)다. 길이 70m, 높이 10m 정도인 이 콘크리트 시설은 핵탄두를 저장하는데 쓰였는데, 폴란드 서부에 건설된 3개 핵시설 가운데 하나다. 보르네 술리노보 북쪽 지역 포드보르스코(Podborsko)에 또 다른 핵시설이 있었는데, 지금은 냉전 시대 박물관으로 바뀌었다.





미사일 사일로는 소련의 지시와 폴란드 공산당 정권이 비용을 부담해 1969년 완공됐다. 폴란드 영토에 있고 폴란드 자금이 투입돼 만들어진 시설이지만 오직 소련군만 접근할 수 있었다. 그리고 소련 붕괴와 바르샤바조약 종료 후 이곳에 관한 기록은 모두 폐기처분됐다.





이런 사실은 몇몇 고고학자들 노력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기밀 해제된 CIA 위성사진, 지하탐사 레이더, 방사능 징후 점검 등으로 이 지역에 대한 방사능 오염 우려도 불식시켰다.

 

노을이 아름다운 호수가. / 사진=보르네 술리노보 관광센터·사진작가 타데우시 보예푸츠키(Tadeusz Wojewodzki)

코로나19가 종식되면 이곳엔 다시 관광객들이 몰려들 것이다. 사람들은 보르네 술리노보의 아름다운 숲과 호수를 즐기러 오는 것이겠지만, 그곳에 남아 있는 핵과 전체주의 유물을 보며 역사의 어두운 단면도 떠올리게 될 것이다.

 

최용성 여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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