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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세기의 우리
유발 하라리는 인류의 세 가지 주요 과제가 "핵 전쟁, 기후변화, 기술 혁신에 따른 파괴"라고 보았다.
"인류가 직면한 커다란 질문은 "인생의 의미는 무엇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고통에서 벗어나느냐"이다"라고 하며 추상과 경험의 대비를 보여줬지만 그것들이 우리 인간을 이뤘듯이 나로선 그게 크게 다른 말이 아니다. 우리는 고통에서 벗어나기 어렵기에 그럼에도 살아야 될 의미를 찾는다. 둘 다 어렵고, 의미(허구 이야기 - 민족, 종교, 돈, 정체성, 자유 등등)를 찾는 것과 고통에서 빠져나오는 것을 평생 시행한다. 혼동과 혼돈 속에서 오간다고 할 수 있겠다. 유발 하라리는 다음 말로 이어간다. "모든 허구적 이야기를 포기하면 이전보다 훨씬 명료하게 실체를 관찰할 수 있다. 자신과 세계에 대한 진실을 안다면 아무것도 당신을 비참하게 만들 수 없다. 하지만 물론 그것은 말처럼 쉽지 않은 일이다."
현재로서는 나라는 육체와 정체성이라는 인지적 한계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인간에겐 참 어려운 일이다. AI가 전방위적으로 유입되면 더욱 혼란해지겠지. 그래서 하라리는 그전에 시급히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유발 하라리는 <한국인을 위한 7문 7답>에서 '고통'(감각적 경험)과 '괴로움'(정신적 반작용, 쾌락에 가까운 실체의 거부)은 다르다고 했다. 자세한 내용은 책 참조)
불교에서 세상을 "고(苦)"로 보듯이 유발 하라리는 이 책 내내 실체와 허구를 구분해 파악하는 방법으로 "고통" 살피기를 강조한다. 흡사 부처가 생로병사를 목도하고 대오각성해 출가한 것이 연상되었다. 실재/현실의 비참에서 현실적 초월의 길을 만들자는 것. 이 또한 종교적이고 사상적이지. 그러나 이 유발 하라리 교(?)는 "희생, 영원, 순수, 구원"을 들먹이지 않는다. 그보다 "Do It Yourself", "호쿠스 포쿠스(Hocus Pocus) X는 Y!(X를 Y로 변하게 할 때 외는 주문)”
말미에 "명상" 수련 얘기가 나와서 역시 불교적 세계관이 있었어 했다. AI 맞대응 중 하나로 이걸 거론할 줄이야; 나도 한땐 정말 이 방법으로 해탈을 하고 싶었죠ㅜㅜ
푸코와 트럼프도 명상을 좀 했더라면...
뭐 이건 어디까지나 개인적 방안이고 큰 틀에서의 해법은 부족적 사고방식 tribal mindset에서 벗어난 "전 지구적 사고"가 모아져야 한다는 것. 미래는 AI 데이터 vs 인간 지성 싸움이랄까. 『호모 데우스』에서도 했던 얘긴데, 문제는 정부나 소수에 의한 디지털 독재, 인공지능과 생명공학이 결합, 불평등의 심화로 슈퍼휴먼 계층 출현 상황이면 "전 지구적 사고"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 지금도 이미 고전적으로 말하면 '부르주아 vs 프롤레타리아' 상황이니까. 인간의 어리석음은 끝이 없고 앞에서도 말했다시피 공감과 유대, 헌신, 사랑, 인권 등도 허구 이야기다. 그걸 실행하지 않겠다고 결정하면 답 없다. 점점 심화되는 국가주의, 테러, 종교 분쟁, EU 연합의 흔들림, 브렉시트, 난민 문제 등의 현재 시점의 큰 흐름이 아니더라도 무수한 사회 문제에서 우리는 그걸 보고 있지 않은가.
● 한 가지 의문 – 왜 그는 ‘젠더’를 다루지 않았는가
유발 하라리는 이 책에서 ‘환멸, 일, 자유, 평등, 공동체, 문명, 민족주의, 종교, 이민, 테러리즘, 전쟁, 겸손, 신, 세속주의, 무지, 정의, 탈진실, 공상과학 소설, 교육, 의미, 명상’이라는 21가지 제언을 다루었다.
정부가 젠더 문제를 왜 무시하는지 짧고 굵게 언급하고 지나가는데 자신도 차별받는 성소수자이면서 왜 중요한 젠더 문제를 챕터로 안 다뤘을까. 생명 공학 발전으로 그런 구분이 무의미해질 거란 전망도 했지만 당면 시점에서 문제 해결 조짐이 안 보이면 내 예상에 그건 책으로 따로 낼 거 같다. 미셸 푸코가 그랬듯. 제발 내주길.
가장 본질적인 문제는 정체성. 우리는 외부 세계를 통해 나라는 관념을 종합하며 다시 외부를 규정하는 순환 구조에 있다. 각자가 정립한 정체성으로 인한 충돌이 지금의 현재를 만들고 있다고 봐야 한다.
나는 유발 하라리가 미셸 푸코(& 아감벤)에서 답보 상태인 생명정치의 새로운 열쇠를 가지고 온 거 같다.
이들이 한 쌍으로 묶일 줄 상상도 못했다.
※ 책 편집 오류
◇ 오타 (p345)
진 지구적(x) -> 전 지구적(o) : “하지만 지금 우리는 진 지구적 차원의 문제들로 고통받으면서도 전 지구적 공동체는 이루지 못한 상태다”
◇ 문장 중복(p441) : “파시즘은~” 부분 중복된 거 같음
“간단히 말하면, 민족주의는 나의 민족은 고유하며 나는 내 민족에 대한 특별한 의무가 있다고 가르치는 데 반해, 파시즘은 내 민족이 가장 우월하며 나는 내 민족에 대한 배타적인 의무가 있다고 말한다. 파시즘은 내 민족이 그저 특별할 뿐 아니라 가장 우월하며, 나의 유일무이한 정체성도 민족 정체성뿐이고, 나는 내 민족에 고유한 의무를 넘어 배타적인 의무를 지고 있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