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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도 싱숭생숭해서 잠도 잘 안오는 밤에, 책 한 권 더 소개하려고 다시 들렸음.
아마 70년대에서 80년대 즈음에서 학번을 다신 분들이면 한번쯤은 루카치의 이름을 들어봤을꺼라고 생각하고, 그 이후에는, \'Lukacs\'이라는 표기를 보면 \'루카스? 조지 루카스?\'하는 분들이 더 많겠지. 그만큼 루카치는 맑시즘으로 전향한 이후 한 평생 현실 공산권에 몸담고 있었던 인물이고, 그래서 아직까지도 과연 루카치가 스탈린에게 꼬리를 흔들어댄 걸까, 아니면 일단 조용히 몸을 굽히고 있었던 걸까, 하고 말이 많은 인물임. 현실에서의 마르크스가 무너질대로 무너진 지금, \'역사와 계급의식\' 등 그의 저서는 몇몇 덕후들 외에는 거의 안 읽히고 있는 상황이지만, 그래도 어느정도는 읽히는 책이 있으니, 그게 바로 \'소설의 이론\'.
지금 우리는 소설을 아무렇지도 않게 접하고 있지만, 한 200년 전만 해도 소설은 갓 등장한 형식이었다고 함. \'이야기\'라는 형식은 물론 사람이 말하기 시작한 이래로 항상 존재해왔지만, 그 이야기를 \'근대적 개인\', 즉 나아갈 길을 결정해줄 신도 없고 별도 없는 세상에서 살아가는 개인을 통해서 풀어내는 형식은 소설이 처음이었다는 게 루카치의 문제의식. 그래서 글은 전반적으로, 소설의 \'이론\'이라기 보다는 신이 없는 세계에서 방황하는 루카치 자신을 그린 한 권의 소설에 가까운데, 그 루카치가 최종적으로 다다른 것은 도스토예프스키였고, 도스토예프스키에 대한 구절은 결국 쓰여지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이 책을 쓴 뒤 얼마 안돼 루카치가 맑시즘으로 투신했다는 것은 참 깊은 뒷맛을 남김.
"별이 총총한 하늘이 갈 수 있고 또 가야만 했던 길들의 지도였던 시대, 별빛이 그 길들을 훤히 밝혀주는 시대는 복되도다."
이 문장을 외우고 종이에 적어서 막 가지고 다녔더랬는데, 지금은 기억도 잘 안나서 책을 다시 펴고 말았네. 쩝.
앞서 적어놓았지만, 한 권의 이론서를 기대하고 책을 집어든 님들은 실망하거나 많이 놀라게 될 것 같애. 눈물을 찔끔거리게 될 정도로 참 사람을 외롭게 만드는 책임. 그래서 나는 \'실존주의\'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이 책 이야기를 빼놓으면 안된다고 생각하는데, \'실존주의\' 이야기가 나온 걸 나는 도갤에서 본 적이 없넹.
<blockquote style="text-align: left;">+ "즉 소설가의 객관성은 형상화를 가능케 하며 형식을 완결짓지만, 완결의 방식 자체는 [형식의 완결을 위해 - 옮긴이] 바쳐야만 했던 제물, 곧 찾으려 애썼으나 결국은 찾지 못한 영원히 잃어버린 낙원을 웅변조로 가리키고 있다. 그 낙원을 헛되이 추구하다 결국에는 체념하여 포기하는 것을 통해 형식의 원(圓)은 완성되었던 것이다."</blockquote>
<blockquote>"청춘의 주인공들은 신들의 길 안내를 받는다. 그 길의 끝에서 손짓하고 있는 것이 파멸의 광휘이든 성공의 행복이든, 이니면 두 가지 다이든 간에, 그들은 결코 홀로 길을 가지 않는다. 그들은 언제나 인도받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걸음걸이는 확신에 차 있다."</blockquote>
어쨌든 이 책은 짱임. 꼭 한 번 읽어보았으면 함. 그나저나 옛날에 어떤 님한테 이 책을 추천한 적이 있었는데 그 님은 어떻게 읽으셨을려나..
p.s. 문예출판사에서 출간된 번역본에는 루카치의 다른 글 두 개가 부록으로 덧붙여져 있는데, 요것들도 아주 쩔어줌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