겜브릿지가 텀블벅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후원자 3,500여 명과 약 1억 원의 후원금액을 달성한 화제작 어드벤처 게임 '웬즈데이'를 지난 1일 스팀을 통해 출시했다.

이 게임은 매주 수요일 오전 주한 일본 대사관 앞에서 자리를 지키며 인권 운동에 앞장서 온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로부터 영감을 받아 개발된 게임이다. 처음 위안부 피해 사실을 증언 故 김학순 할머님의 증언 일이 1991년 8월 14일 수요일이었다. 이후 매주 수요집회를 이어왔고, 게임의 제목이 '웬즈데이'인 까닭도 여기에 있다.

겜브릿지는 이러한 피해자 할머니들의 오랜 외침이 잊히지 않도록 '웬즈데이'를 기획했다. 이 회사는 '위안부' 피해 문제 등이 잊히지 않고 세대까지 잊히지 않고 기억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이에 밀레니얼 세대가 가장 흡수하기 쉽고, 친숙한 매체인 '게임'으로 다가가고자 했다.

게임은 게이머가 게임 속 주인공이 되어 문제를 해결하고 스토리를 이어가며 자연스럽게 그 중심에서 이야기의 중심에 서게 된다. 게임은 이야기를 그 어떤 콘텐츠보다 주체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도구인 셈이다. 겜브릿지는 '웬즈데이'의 출시에 앞서 네팔 대지진 생존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애프터 데이즈'를 선보이며 좋은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웬즈데이'는 1992년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이자 인권 운동가 순이가 되어 1945년 사트긴 섬으로 타임리프 하여 동료들을 구하는 어드벤처 게임이다. 게임에서 타임리프 할 때마다 하루 씩 더 뒤로 돌아가며 사건의 전모를 알 수 있는 것이 게임의 특징이다.

게임은 1992년과 1945년을 넘나들며 진행되고, 게이머는 1992년의 순이와 1945년의 순이를 모두 직접 조종하며 이야기를 즐길 수 있다. 알 수 없는 힘으로 1945년으로 과거로 돌아간 순이는 과거의 악몽 같던 기억들을 다시 만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순이는 과거를 함께한 피해자 동료들을 구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펼친다.

1992년과 1945년을 오가며 이야기가 전개되고, 순이는 1992년에 존재하는 단서들을 가지고 추리해 과거로 돌아가고, 과거를 바꾸고 미래까지 바꾼다. 당시에 사라진 친구들도 미래에서 만날 수 있게 된다.

다만, 게임의 이야기 전개도 하루씩 더 앞으로 진행되기에 순이의 노력이 어느 순간 물거품이 되고 순이는 최종적으로 과거를 모두 고쳐 새로운 미래를 위해 나아가 위한 과정에 돌입한다. 더 자세한 내용은 게임의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이야기는 이쯤에서 정리한다.

게이머는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1945년 전쟁의 패색이 짙어져 가고 있던 일본군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엄청나게 잔혹한 묘사는 등장하지 않는다. 위안부 사실을 감추기 위해 간호교육을 시행하거나 포로들을 살해하고 실험에 사용하는 등이 내용이 거의 전부다. 피해자를 배려한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일본군의 범죄와 관련된 내용은 1992년의 순이의 집 서재를 통해 다양한 자료가 준비되어 있다.

다양한 게임적인 장치도 마련돼 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단서를 수집하고 퍼즐을 해결해야 한다. 또 은신 기능을 활용해 일본군의 눈을 피해 움직일 필요도 있다. 단순히 '위안부'라는 주제를 내세우기만 한 것은 아니다. 게임적인 측면의 재미도 여기저기 신경을 쓴 느낌은 난다.

다만 문제는 게임의 완성도에 있다. 유니티 엔진을 활용한 그래픽 퀄리티는 엔진의 성능을 제대로 끌어쓰지 못해 처참한 수준이고, 모션 캡처를 진행했다고 알려진 캐릭터의 모션도 상당히 엉성하다. 겉모습만 봐서는 요즘 대학생들 과제만 못하다. 전반적인 그래픽 퀄리티가 2020년 게임이라고 믿기지 않는다.

또 마우스와 키보드를 모두 사용해 조작을 마련했음에도 특정 상황에서는 캐릭터를 마우스로 클릭할 수 없는 상황이 나온다. 스토리 전개도 게임의 후반부로 가면 갈수록 개연성이 떨어지고 엉성하다. 패치를 했지만 론칭 초반에는 고증과 관련 부분의 문제도 있었다.

아무리 의미가 있는 게임이라고 하지만, 기본적인 완성도도 갖추지 못하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가 없다. 겜브릿지가 개발에 많은 영감을 받은 '반교'가 어떤 모습을 보여줬는지 생각해보면 정답이 보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