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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태신앙으로 오랫동안 교회를 다녔습니다. 

중고등학생때도 열심히 다녔고,

대학생때는 더 열심히 다녔습니다. 

대학교에서 기독교 동아리 활동도 열심히 했고,

지역 교회에서는 어른예배 찬양인도, 중고등부 교사, 유치부 부장, 

그리고 전도사님을 대신해 가끔 중고등부 설교도 했습니다. 

대학교 졸업할때쯤, 기독교 자체에 대해서 고민이 많이 생겼습니다. 

왜 기독교는 발전이 없을까?

왜 내 삶의 문제와 고민을 다뤄주진 않을까?

왜 설교는 내적문제에 대해서만 논의하고, 애매모호한 기치를 내세워 따라가라고 말하는 것일까?

왜 많은 기독교인들은 우리를 인도하시는 하나님을 믿고 신뢰하기 때문에 평안하다고 말하면서,

실제로는 지갑/통장 안에 들어있는 두둑한 현금으로부터 안위를 얻는 걸까요?  

거기에다 기독교적 고상함, 품위 뒤에 숨어서 

사회적 출세, 경제적 안정, 유희 및 쾌락을 추구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역겹습니다. 

스스로 답을 찾고 저만의 기준을 세우기 위해서, 

각종 기독교 아카데미를 찾아가서 강의도 듣고,

칼뱅의 "기독교 강요"도 틈틈히 읽어봤고,

기독교계의 유명한 지성인 CS루이스의 책도 전부 다 사서 읽어봤습니다.

뿐만 아니라 훌륭한 기독교인분들의 치밀한 논증도 많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어디에도 답은 없더라구요.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정말 정말 궁금했습니다. 

그 진실을 알게 된다면, 그 진실을 따라서 미친듯이 살아갈 생각이었습니다.

실제로 그렇게 신앙생활을 해왔으니까요.

일단, 살다보니 기독교가 답할 수 없는 모순 투성이의 사회현상이 너무나 많았습니다.

물론 대부분의 모순적인 현상들에 대해서 기독교는 해석방법을 제공합니다.

 

제가 교회를 다니면서 상황에 따른 기독교적 해석 방법을 정말 많이 배웠던 것 같네요. 

사실, 기독교만 그런건 아니고 모든 종교에는 엔진오일 역할을 하는 제도적, 교리적 장치들이 있지요.

역사적으로 보자면, 가장 그럴싸한 교리적 장치가 있는 종교들이 현재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던 셈이죠.

근데 이런 제도적 장치들은, 뭐랄까..

혼이 담긴 구라?

마치.. 

주식이 오르면 기대감때문에 올랐다.

주식이 내리면 우려감때문에 내렸다. 

라고 X소리하는 주식뉴스와 비슷합니다.

항상 어떤 상황이든 끼워맞출 수 있는 X소리가 준비되어 있어요. 

물론, 자기 위로 측면에서는 순기능이 어느정도 있다는 거 인정합니다만,

자기 위로가 될 수도 없고, 해석이 안되는 사건들도 있습니다. 

실제로 홀로코스트 사건때, 

전 세계 기독교인들이 엄청난 충격을 받았습니다.

일상적인 기도교적 해석에는 해피엔딩을 가정하고 있거든요. 

근데 홀로코스트에는 해피엔딩이 없었어요. 

하나님이 있었다면 그때 뭐하고 있었을까요? 

암튼, 최근 10년간 정말 많이 고민해보고 공부도 해봤는데요..

기존의 기독교인으로서 “하나님은 존재한다”라는 절대 전제를 깔고, 

기독교를 이해해보려고 정말 노력했는데요.. 

도저히 이해가 안되는게 너무 많네요. 

반면, 신이 없다고 가정하면, 이 세상은 모든 현상들이 설명이 잘 됩니다.

전지전능한 신이 있다고 가정하면요, 설명 안되는 게 너무 많아요. 

기독교적 관점으로 억지로 설명해내려고 부단히 교리를 발전시켜왔지만, 

결국 X소리의 향연? 궤변일 뿐이에요.

많은 기독교인들은 아마도 저한테 이렇게 말씀하시고 싶을겁니다.

“니가 기도가 부족해서 그렇다.”

“종교는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믿는 것이다.”

“언젠가는 니가 하나님의 품으로 돌아오길 바란다.”

“기독교는 세상을 이해하는 도구가 아니라, 그 자체로 진리이고 복음이다.”

"사탄이 유혹하고 있는 것이다. 정신 바짝 차리고 흔들리지 마라."

그런데요. 

저 문구들이 기독교를 유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의 일종, 

일종의 관용구라는 것을 깨닫게 되시면,

뒷통수를 맞은 기분이 들거에요. 

위와 같이 말씀하실 분들의 마음을 저도 충분히 이해합니다. 

저도 오래전에 주변 사람들에게 저렇게 얘기하고 다녔습니다. 

근데 이제와서 생각해보니 정말 제가 오만했습니다.

부끄럽고 후회스럽스고, 

제가 함부로 말을 내뱉어서 상처받았던 사람들에게 정말 죄송스럽습니다.

기독교란 이름을 내걸고 했던, 저의 과거의 행동들이 너무 부끄럽고, 

한편으로는 젊은 시절 너무나 많은 시간을 낭비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젊을때 인생을 더 즐기지 못했고, 유익하게 보내지 못했네요. 

제가 무신론자가 되었다는 사실을.. 

와이프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부모님께도 말하지 못하고,

친한 교회 친구들, 소중한 지인들에게도 밝히지 못하고. 

여기서 조용히 커밍아웃합니다. 

부끄럽거나 비난이 두려운 건 아니에요. 

주변사람들과의 좋은 관계를 해칠까 걱정되서 

굳이 물어보지 않는 이상 얘기를 안할뿐이에요. 

질문, 논의, 비난, 응원(?) 환영합니다. 

************* 추가 ***************

다양한 응원, 댓글, 조언, 책추천, 정말 감사합니다. 

제 진로(?)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글을 남기고 보니, 생각보다 비슷한 고민을 하시는 분들이 많으시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언젠가 마음 맞는 사람들 모여서 기독교를 신랄하게 까는 책을 하나 써보고 싶네요.

제가 글솜씨가 부족해서 간혹 오해가 있으신 것 같은데.. 

제가 기독교인들에게 실망하고, 

교회의 모습에 실망해서 마음이 돌아선(?)것은 아닙니다.

저는 20대 후반에 대한민국 0.01%(수치는 제 맘대로)에 속하는 매우 건강한 교회를 다녔고요. 

거기서 정말 훌륭한 기독교인들을 정말 많이 알게되었고. 

제 인생의 좋은 조언자이자 자양분이신 분들입니다. 

제가 실망한 부분을 굳이 꼽자면,

기독교의 발달역사를 통해서 살펴보니, 

수많은 교리가 인간의 손을 너무 많이 탔더라구요. 

종교인들의 합의에 의해서 정경이 탄생되고,

종교인들의 합의에 의해서 여러가지 개념들이 정리가 되었습니다.

그 종교인들의 결정을 무조건 믿고 따르는게 좀 힘들었습니다.

기독교는 인간이 오랜 연구와 고민을 통해서 다듬어 온 종교에 불과한가요?

그리고 세상을 내버려두시는 하나님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하나님은 세상에 간섭을 안하십니다. 

기도응답을 받았다, 하나님이 역사하셨다 등의 얘기를 하시고 싶으시겠지만,

결과가 좋은 일에 적용하지말고, 결과가 나쁜 일을 두고 한번 생각해봅시다.

사랑하는 가족이 정말 나쁜 일을 당했을때도, 과연 하나님을 여전히 믿을 수 있을까요? 

모든 일엔 하나님의 뜻이 있다고요? 홀로코스트를 내버려둔 하나님의 뜻은 뭘까요? 

하나님이 우리에게 간섭을 하시는 분이시라면, 

왜 홀로코스트와 같은 사건에는 간섭을 안하시고, 

자녀가 좋은 대학에 입학하는 것에만 간섭을 하시는지.

의문이 듭니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간섭을 안하시는 분이시라면,

우리에게 기독교는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차라리 사회봉사단체가 낫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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