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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127
10일 전

🗨️ 음식 그 두려움의 역사 by 하비 리벤스테인

카테고리   ➡︎   철학/Philosophy

Fear of food

 

지식트리
2012.08.22
Harvey Levenstein


 

비타민을 누가 최초로 발견했는지에 관해서는 연전히 논란이 분분하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있다. 새롭게 발견된 영양소에 비타민이라는 명칭을 붙이고, 비타민이 인체에 필수 영양소라고 주창한 사람은 폴란드 출신의 생화학자 캐시미어 풍크라는 것이다. 1900년대 초까지만 해도 많은 화학자들이 건강한 신체는 새로운 영양의 3대 필수 영양소, 즉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만 있으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1911년 영욱 리스터 연구소의 풍크가 부족할 경우 각기병을 유발하는 물질인 수용성 보조인자를 분리하는 데 성공하면서 이러한 생각에 일대 전환이 일어났다. 당시 각기병은 동아시아에서 자주 발생하던 질병이었따. 비타민의 발견은 세계사에 기록될 만한 놀라운 일이었고, 풍크는 이 성분을 비타민이라고 명명했다. 

이어 1915년 미국의 화학자 엘머 맥컬럼이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부족하면 눈병을 유발하고, 성장을 저해할 수 있는 또 다른 성분을 분리해 내는 데 성공했다. 맥컬럼은 처음에 이 성분을 지용성 인자 A라고 명명했으나 풍크의 비타민이 더 기억하기 쉽다는 것을 알고 나서는 비타민 A로 바꾸었다. 풍크가 4년이나 앞서 발견한 비타민 B를 교묘하게 두 번째로 밀어낸 것이다. 이후 7년여에 걸쳐 괴혈병을 예방하는 비타민 C와 구루병을 예방하는 비타민 D도 성공적으로 분리해 냈다. 미국 언론은 숨가쁘게 관련 기사들을 쏟아냈다. 당시 미국에서는 괴혈병이나 구루병이 거의 발생하지 않았지만 언론의 대대적인 보도 덕분에 온 국민이 식품 건강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고, 비타마니아라는 용어까지 등장했다. 

1912년 초, 극히 일부의 비타민이 세상에 알려지고, 이에 대한 정확한 정보도 거의 없던 시절, 당시 저명한 의사였던 벤자민 헤로우는 "비타민이 부족할 경우 끔찍하고 혐오스러운 증상이 유발될 수 있다.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비타민 부족으로 죽어가고 있다"며 경고했고 대중들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대중들이 그토록 민감하게 반응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과학자들이 당초 비타민에 붙인 명칭은 지용성인자 A, 수용성인자 B, 항괴혈병 C, 보조인자물질 C, 식품 호르몬 등 무려 23개나 됐다. 이 이름들이 그대로 사용됐따면 사람들은 그렇게까지나 열심히 비타민을 챙기지 않았을 것이다. '비타민이라는 용어의 특별함은 단어 그 자체에 '인간의 삶과 활력에 필수적인 무엇'이라는 의미가 함축돼 있다는 데 있다. 일례로 맥컬럼은 비타민을 활력과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요소라고 칭하며 그 의미를 적극적으로 이용했다. 

거대 식품업체들이 이를 절호의 마케팅 기회로 판단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식품업체들은 건강한 삶을 위해 핵심적인 필수 요소, 보이지 않고 특별한 맛도 없으며 무게도 없는 특별한 성분이 자사 제품에 함유돼 있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상업화의 길로 들어선 맥컬럼의 초기 행보는 와일리와 크게 다르지 않았따. 맥컬럼도 처음에는 성분이 의심으로운 식품을 판매하기 위해 식품 공코를 적절히 이용하는 소규모 식품 기업들을 공격 대상으로 삼았다. 비타민이 극히 소량이거나 아예 함유돼지 않은 식품을 비타민 농축 식품이라고 과대 포장해 단기간에 큰 수익을 챙기려는 식품업체들에게 특히 격분했다. 

전미 제빵업 협회는 1923년 9월, 맥컬럼을 초청해 흰빵에 대한 인식이 급격히 나빠지고 있는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없겠느냐고 자문을 구했다. 맥컬럼은 처음에는 다른 업체들도 이미 하고 있는 것처럼 부족한 영양소를 보충할 수 있도록 밀가루에 탈지분유를 추가하라고 조언했다. 그러나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전혀 새로운 주장을 하기 시작했다. "영양 성분만 놓고 본다면 통밀 가루가 확실히 흰 밀가루보다 낫다. 그러나 이는 현대화되고 고도로 중앙 집중화된 지금의 제분 환경과는 맞지 않는다. 통밀가루 역시 제분과정에서 많은 영양소가 급속히 파괴된다. 따라서 탄수화물과 단백질의 원천인 흰 밀가루를 먹는 것이 좋고, 부족한 영양소는 영양 식품인 우유와 녹색 채소를 통해 보충해야 한다" 우연의 일치는 아니었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이후 미국 최대 제분업체인 제너럴 밀스는 맥컬럼을 대변인으로 영입했고, 흰 밀가루에 대한 그의 입장은 더욱 우호적으로 바뀌었다.   

산성혈증은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질병이다. 굳이 정의하자면 당뇨병 환자들의 상태를 심각하게 악화시킬 수 있는 희귀한 혈액 관련 증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중산층을 중심으로 다이어트 열풍이 불기 시작하자 일부 의사들은 당뇨병과 관련이 없는 일반 성인들에 대해서도 산성혈증 진단을 내리기 시작했다. 과도한 다이어트로 체내 지방이 지나치게 소실돼 혈액 속의 산성 밸런스가 깨져 당뇨별 환자들에게서나 볼 수 있는 일종의 산성혈증이 나타났다는 설명이었다. 다른 전문가들도 위산 과다 환자의 급증을 산성혈증으로 분위기를 몰아갔다. 이 논쟁을 촉발시킨 장본인이 바로 엘머 맥컬럼이다. 맥컬럼은 실제로 존재하지도 않는 질병의 위험성을 부풀려 감귤류 업체들의 캠페인에 많은 힘을 실어 주었다. 산성혈증의 주범으로 위산 과다를 콕 집어 지목하면 캘리포니아와 플로리다의 대규모 감귤류 생산 업체들이 큰 타격을 입지 않을까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맥컬럼은 이에 대한 대비책도 이미 마련해 두었다. 영양학자적 접근 방식을 이용해 혈액에 산 과다를 유발하는 식품을 판단할 때는 혀에서 느껴지는 맛이 아니라 과학자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라고 조언한 것이다. "감률류 과일에 함유된 산은 위에 도달하면 신속히 알카리성으로 바뀌고, 혀끝으로 느껴지는 신맛이 강한 레몬과 자몽조차도 체내에 흡수되면 알칼리화된다. 그리고 실제로 감률류의 과일은 모든 식품중에서도 가장 효과적으로 산에 대항하는 식품"이었다.  그의 산성혈증 질병 리스트에는 충치도 올라가 있었고, 이에 대한 그의 조언의 결론은 결국 오렌지 주스를 많이 마시라는 것이었다. 

1938년 11월 식료품 제조업자 협회 연례행사에서 맥컬럼에 대한 특별한 시상식이 진행됐다. 공식적인 시상 이유는 '불완전한 식습관으로 인해 유발되는 질병에 맞서 싸운 위대한 과학자'의 노고를 치하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건강에 유해하고 영양적으로도 불완전한 식품을 판매한다며 식품 기업들을 비난하는 세력에 대한 방어자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는 의미도 담겨있다. 맥컬럼은 줄곧 "대형 식품 가공업체들은 식품의 품질 향상에 가장 중점을 두어야 한다는 사실을 잘 인지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다양한 연구 지원을 하고 있다. 충치 예방을 위해 우유에 비타민 D를 추가해야 한다는 사실(이는 후에 오류로 밝혀짐)도 이러한 지원 덕분에 밝혀낼 수 있었다"라며 식품 기업들을 지지해 왔다. 특별상을 수상한 그ㅔ게는 그자 주도하는 영양재단에 대해 매년 25만 달러의 후원금 지원이라는 두둑한 부상도 주어졌다.  연구내용은 식품 가공 프로세스가 식품에 본래 함유된 비타민을 파괴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입증하는 것이었다. 영양재단이 한때 곤경에 처했을 때는 미국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15개 식품업체들이 5년간 100만 달러를 추가 지원하기로 약속하기도 했다. 물론 식품기업들로서는 이런 연구를 지원할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 식품내 비타민 함량을 측정할 수 있는 신기술이 개발돼 식품을 가공하면 영양소가 파괴된다는 것이 사실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이때만 해도 인체가 어느 정도의 비타민을 필요로 하는지에 대해 과학자들 사이에 명확한 합의가 없었지만 비타민 보조제는 날개 돋힌 듯이 팔려나갔다. 그 결과 1938년 미국인들이 비타민 구입에 쓴 돈은 연간 1억 달러에 달했고, 최대 수혜자는 비타민 보조제 판매업체들이었다. 식품업체들은 비타민 시장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비타민을 정제나 물약이 아니라 우유, 시금치 통조림 같은 영양 식품을 통해 섭취하라고 조언했던 맥컬럼 등 영양학자들의 주장을 내세우며 제약계에 맞섰다. 그리고 의사들과 약사들은 식품업체들의 입장에 동조했다. 의사들은 질병 치료가 필요한 사람이 의사를 찾지 않고 비타민 정제에 의존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약사들은 약국이 아닌 일반 식료품점에서 비타민이 판매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불안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FDA는 비타민은 건강상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처방하는 의약품이 아니므로 약국 분만 아니라 어느 곳에서도 판매할 수 있도록 했다. 

1937-1938년 버클리 캘리포니아 대학의 가정학자 아그네스 페이 모건은 쥐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어떤 성분인지는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으나 비타민 B 복합체의 한 성분이 부족하면 쥐의 털이 하얗게 변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1940년 초에는 흰머리를 억제하는 비타민이 노화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비타민 업체들에게 이는 막대한 수익을 챙길 수 있는 좋은 기회였으므로 이들 업체는 즉시 과학자들을 동원해 관련 연구를 시작했다. 1941년 9월, 인터내셔널 비타민사 연구원이었던 스테판 앤스버커 박사는 비타민 B 복합체의 리주버네이팅 성분을 PABA(파라아미노벤조산)라고 명명하고, 이 성분이 이미 하얗게 변한 사람의 머리카락을 원상태로 되돌려 놓을 수 있다고 발표했다. 엔스버커는 300명을 대상을 실험한 결과 PABA가 연령대 및 성별에 관계없이 흰머리 발생을 지연시켰으며, 많은 사람들에게서 성욕 증가가 나타났다는 내용의 연구보고서를 발표했다. 그러나 앤스버커 박사 자신의 흰머리도 거의 변화가 없었기에 상품 홍보에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성욕을 자극한다는 주장도 더 이상 하지 않았다.

비타민 정제가 활력과 건강 강화에 도움이 된다는 믿음은 전후에도 몇 년 동안 흔들리지 않았다. 비타민의 효능에 대해 명확한 근거는 여전히 제시되지 않았고 1946년이 되어서야 오랜 연구 끝에 비타민 효능에 대한 연구 보고서가 발표되었다.  캘리포니아 비행기 공장 노동자 250명에 대해 엄청난 양의 비타민 보조제를 복용하게 하고, 이와 비슷한 규모의 다른 그룹에 대해서는 위약을 복용하게 했다. 그러나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두 그룹의 작업 습관과 건강 상태에 거의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러한 연구결과에도 불구하고 비타민은 곧 활력이라는 사람들의 믿음은 변하지 않았다.

책을 집필하면서 나 스스로도 가장 놀랐던 것은 식품의 건강 유익성에 관한 주장들이 수십 년에 걸쳐 끊임없이 뒤집혀 왔다는 사실이었다. 한때 과학의 승자로 추앙 받던 화학적 식품 첨가물은 독약으로 그 위치가 강등됐고, 기적의 식품이던 우유는 일급 살인마라는 오명까지 뒤집어썼으며, 생명 연장의 묘약으로 화려하게 등장한 요구르트는 흥망성쇠를 모두 경험했다. 건강에 좋다던 가공식품은 알고 보니 영양소는 하나도 없는 빈껍데기에 불과했고, 미국 식탁의 자부심이던 최상급 쇠고기는 심혈관 병동으로 우리를 안내하는 저승사자임이 밝혀졌다. 건강한 심장의 보증수표를 자부하던 마가린은 알고 보니 동맥경화의 주범이었다. 

같은 식품을 놓고 이렇게 매번 견해가 달라질 수 있는 이유는 하나다. 중산층의 주요 정보원인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정부 당국, 전문가, 식품업계의 과학적 의견이 매번 달라졌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의 조언은 시간의 흐름과 함께 계속 바뀌어왔고, 식품과 관련된 기관과 단체도 그 수가 많아졌다. 

탄탄한 자금력과 과학적 권위를 기반으로 공포심을 부추겨 온 세력은 식품과 인간은 다양성을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한 가지 명확한 해답을 내놓기 어렵고 따라서 식품과 건강 관련 문제에 대해서도 확실한 정답은 없다고 주장해 온 소수를 힘으로 짓눌러 왔다.

그렇다면 외부에서 형성되는 식품 공포에 흔들리지 않는 방법은 무엇일까? 가장 먼저 할 일은 식품에 대한 새로운 사실이 발표될 때 누가 이익을 얻을지 곰곰히 생각해 보는 것이다. 가장 유력한 용의자는 물론 식품 공포를 이용해 상당한 수익을 챙길 수 있는 식품업체들일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는 자신들의 역할과 관련해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수천 명의 전문가들이다. 과학자들은 식습관과 건강 간의 상관관계를 밝힘으로써 연구비를 계속 지원받을 수 있고, 공공 비영리 기관에 소속된 선의의 사람들은 위험한 식습관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 존재 의의를 부각시킬 수 있다. 숭고한 동기를 가진 사람들도 먹고 살기는 해야 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세번째는 과학뿐 아니라 도덕주의도 식품 공포의 근간을 형성한다는 사실을 늘 잊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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